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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Dec 25. 2023

"여기까지"가 독거노인의 생각이다

독거노인이 살아가는 시골 마을에 사람 보기 힘들어졌다. 살던 사람들이 많이 떠났지만, 여기 사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고 해마다 줄어든다. 제법 큰 산골 마을이지만 아이들이 두 집에 세 명뿐이고, 같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보다 반세기 전부터 살던 사람들이다. 사람이 보기 힘든 마을에 살아가면서 혼자 살아가니까 혼자 있는 시간도 늘어간다.

사람 찾아 나서지 않으면 온종일 사람을 보지 못하기도 하고, 말을 한마디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사람을 보거나 말을 하려면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찾아가지 않으면 혼자 살아가는 것이 보통인 곳에 살면서 마음도 혼자가 되어간다.


좋았던 친구들은 이제는 자주 만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날 수 없기도 하지만, 마음에 있어도 서로 시간이 맞지 않거나 하는 일이 달라서이다. 가까이 있는 친구는 만날 기회와 시간은 있지만, 몇 번 만나면 더는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공감대가 없으니까 흥미가 없다. 때로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부딪치면 마음이 상하기도 하니까 만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외로운 마음이 들 때는 친구도 생각나지만, 만나면 처음과 같은 마음이 아니고 오히려 지루해지는 것은 늙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혼자 살아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구들도 마음이나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별로 만날 일도 없고, 만나야 할 일도 없는 것 같다. 


가족도 같이 살지 않으니까 이제 멀어진다. 모두가 바쁘게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기에 마음이나 몸도 점점 타인이 되어간다. 공동체라는 생각은 이제 옛이야기이고,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좋고, 안 된 일을 겪는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돕고 싶은 마음까지 없는 건 아니지만, 가족끼리도 모두 자기를 먼저 생각하기에 실천하기는 힘이 든다. 그래도 꼭 도와줄 가족은 있지만 내 삶을 생각하면서 그 가족이 아직 젊으니까 잘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위안 삼는다. 가족도 이제는 각자가 잘 살아가길 바라면서 나에게 충실한 것이 가족을 위하는 길이고, 가족에게 아쉬운 말 않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독거노인은 혼자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면서 외로움도 일상으로 받아들여서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일이 있어서 바쁘게 살았던 시절은 옛날이고 그것을 생각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현재가 힘들어서는 안 된다.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졌고 변화된 환경에 순응해서 마음이나 살아가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 현재 혼자 살아가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일생이면서 살아있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늘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사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


독거노인으로 살면은 옛날과 비교하면 후회하거나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과거를 생각해서 그리움이라도 있다면 좋은 마음일 것 같지만, 그조차도 현재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좋았던 일이 생각난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면서 생각하고, 떠올리기 싫은 일은 묻어버리고 사는 것이다. 지난 일이 반면교사가 될 일이 늙어가면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면서 예전에 남과 경쟁도 하고 열심히 살았던 것도 그 시절에 아름다운 노력으로 돌리고, 옆에 있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좋아 보이는 타인의 삶에도 아픔이 있을 것이고, 내 삶을 타인과 다른 것이며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만족해야 한다.

한번 주어진 일생은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연습이 없는 삶이니까 살아온 것을 만족해야 한다. 만족한다는 것은 내려놓고 비우는 마음과 통하는 뜻이다. 지나간 일이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최선이었으니까 후회하는 마음이나 아쉬움은 갖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만족한 마음은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지만, 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다. 자신을 스스로 보살피고 스스로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잘 살아왔다는 자위를 하는 것이다.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면서 후회하지 않고 만족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감사하는 마음인 것이다. 감사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즐거운 삶이 될 것 같다. 

그냥 과거나 현재를 감사하면서 그런 마음만 먹기만 하면 되는 쉬운 것도 감사 마음이고, 늙어서 혼자 살아가는 삶에서도 가장 최선의 마음이 감사인 것 같다. 


젊어서 주례를 몇 번을 한 적이 있다. 그 주례사 내용은 "살면서 감사하라"였다. 이 내용이 전부였다. 

이때 미국 미시간 대학교 피터슨 교수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그중에서 특히 세 가지가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라는 말을 예로 들었다. 

그것은 희망, 사랑, 감사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한 행복 요인으로 교수는 언급했다. 이 세 가지 모두가 행복과 가까운 요인이지만, 희망이 있으려면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 좋아야 되는 경우가 있고, 사랑이라는 것도 절망적인 경우는 사랑을 말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데 감사는 조건 없이 마음만 갖게 되면 생기는 것이 감사라고 했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도 감사는 마음으로 만족하고 감사의 생각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마음으로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감사이므로 행복 요인 중에서 가장하기 쉽고 얻기 쉬운 것이 감사라고 했다.


독거노인으로 살면서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현재를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나에게 충실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현재를 사는 것은 덤으로 얻은 삶이라 생각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바람도 버리지는 말고, 그 바라는 마음이 현재를 더 희망적인 삶을 만든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여기까지”라는 만족한 마음을 가지면서 감사하는 것이다. 이제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떠나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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