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May 08. 2024

서해랑 길 1일차


다시 한반도 남쪽 땅끝마을을 찾았다.

남파랑 길을 마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걸으려고 이곳에 왔다. 해남의 땅끝마을은 남파랑 길을 종점이기도 하지만, 서해랑 길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이 땅끝 탑이다. 

지난 일 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몸이 아프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별도 있었다. 며칠 전에는 건강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올해부터 같이 걷고 싶은 곳을 가기로 약속도 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홀연히 다시 볼 수 없는 것으로 갔다.

다시 시작하는 서해랑 길은 “서쪽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란 뜻으로 해남 땅끝 탑에서 강화 평화전망대까지 서쪽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걷기 여행길이다. 

시작하기 전날에 내려와 땅끝마을에서 하루 묵고 아침에 일어나 걷기를 시작할 생각이다. 


땅끝마을에는 해남 군내 버스로 도착해서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남파랑 길을 다 걷고 나서, 신고 걸어왔던 신발을 땅끝 바닷가에 놓고 갔던 것이다. 마치 걷는 동안에 무겁게 생각한 것들을 모두 이곳에 두고 집에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

그 신발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신발은 없었고, 바위에 해조류가 덮혀 있다. 신발은 없어졌지만, 바다는 변함없다. 

땅끝마을 풍경도 변함이 없어서 한참을 중심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내일 출발할 서해랑 길을 무사히 완주하기를 고대해본다. 그러나 몸은 작년과 같지 않다. 


이른 아침에 땅끝 탑에 도착하면서 걷기는 시작되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은 아침이라서 바다에도 해무가 넓게 내려 있다. 멀리는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땅끝 탑은 흐린 날씨다. 

땅끝 탑에서 계단을 조금 올라가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남파랑 길 내려오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서해랑 길로 가는 길이다.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에 비가 내려서 약간 미끄러워 보이고, 비에 젖은 계단을 걷기 시작한다. 

걷기 시작하고 첫 번째로 만난 서해랑 길 이정표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이제부터 이 리본을 열심히 찾으면서 걸어갈 것이다.


길은 테크 계단길이고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서 바다가 잘 보이는 았지만, 잘 보이는 곳에는 전망대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았다. 

한참을 가니까 리본을 양쪽을 매달아 놓은 테크 길을 지난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이본이 달린 것은 아마 어느 한 사람이 이곳에 리본을 달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달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달린 것일 것이다. 리본 속에는 소속 단체도 있지만, 개인적인 소원을 비는 리본도 많이 보인다. 


계단과 숲길을 돌아서 나오니까 동백나무숲이 아름다운 갈산 항이 나온다. 갈산 항을 지나서 넓은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해안 도로를 걷는다. 


도로로 들어오기 초입에 양귀비꽃과 여러 가지 야생화로 꾸민 농가가 눈길을 끈다. 

도로길이 높은 언덕을 넘으니까 송호 해변이 나온다. 

이 해변은 해송이 멀리서 보아도 멋지게 조성되어 있다. 해수욕장과 해송이 멋진 이곳은 방풍림의 역할도 하지만, 송호 해변의 풍치를 멋지게 만들고 있다. 

송호 해변을 지나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은 곳에 서해랑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도로길 걷다가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가 송호마을 회관을 지나면서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이 도로를 따라서 가면 1코스의 종점이 나오지만, 도로는 한참 가다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오른쪽 길로 가는 곳은 대문 앞에 어름 넝쿨 아치로 만들어 멋을 낸 집이 있는 곳이다. 무심코 걷다가는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이 길을 한참을 가면 송호 저수지의 높은 뚝이 나오고 그 높은 뚝에 태양광 전기발전 시설을 대단위로 만들어 놓았다. 송호 저수지를 돌아가서 올라가면, 송지 송호 임도가 저수지를 따라서 만들어졌다. 이 임도를 넘어가면 송지면 읍내로 가는 것이다. 


임도 길에 하얀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이 하얀 찔레꽃은 비를 맞아 싱싱하면서도 예쁘게 보인다. 여기 있는 찔레꽃은 작고 귀엽게 예쁜데,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본 찔레꽃은 너무 크고 작은 코스모스 정도로 찔레꽃 느낌이 나지 않았다. 송호 임도에 핀 찔레꽃은 앙증맞게 아름다웠다. 


임도를 넘어서 만나는 도로는 들판을 따라서 걷다가 작은 마을도 지나고 다시 농노를 걷기를 반복하면서 멀리 집들이 많이 모여있는 송지면 소재지를 보면서 걷는 길이다. 

이곳에서는 벌써 모내기를 한 논이 자주 보이고 밭에 자라는 작물도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많이 자랐다. 마늘도 훨씬 크고 많이 자랐고, 이중 비닐에 심어 놓은 고추는 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고구마가 많이 심겨 있다.

송지초등학교를 지나서 송지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서해랑 길 1코스 종점을 알리고, 2코스 시작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걸어보니 힘이 드는 것이 작년과 같지 않고, 조심하면서 이 길을 적응해야 할 것 같다. 무리하면 도중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많다.

일 년 동안 많이 변한 세월을 생각하면서 체력을 고려해 걸어야 하고,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걷고도 내려 놓지 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내려 놓으려 걸어 본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딸과 아들이 전화가 했다. 전화는 고마운 일이고 내가 무엇을 해주지도 못하고혼자 걷고 있는데, 그냥 열심히 무탈하게 사는 자식들이 오히려 고맙다.

오늘은 숙소를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잡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를 선물 받은 것에 감사하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걸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두 마리 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