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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18. 2024

서해랑 길 11일차

당포 정류장에서 대각선으로 건너가서 직선 논길을 가면 보이는 마을이 월하 마을이다. 

이번 코스는 처음부터 농로로 시작해서 도로와 같이 걷는 길도 가다가, 다시 농로 가기를 몇 번 하다 보면 저상 마을도 지나간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들을 지나고 시골길을 걸었다. 

별암리 밑 도로 길은 금호도를 거쳐서 목포로 가는 도로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별암 선착장을 지난다. 

여기서 금호 1호 방조제를 건너서 금호도로 건너간다. 


금호도에서는 금호 마을로 들어가서 다시 도로로 나온다. 이 도로는 해남으로 가는 차들이 많은 다니는 곳으로 도롯가에는 운전하는 기사나 지나가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금호도의 직선 길에는 차들도 많이 다니고 속도가 빨라서 소음이 많아 걷기에는 힘든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귀는 불편해도 바다를 보면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바위 섬인 신도와 

권둥섬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금호도를 지나면 금호 2호 방조제가 있고 이 구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인다. 

길은 영암 금호 방조제를 건너서 가지 않고 해남 산이면으로 들어서면서 이 구간의 종점이 나온다. 


산이면에서 다시 시작한 16코스는 해남 쪽 영암호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먼저 영암호의 멋진 산이배수갑문이 눈의 주목을 끈다.

영암호를 보면서 끝도 없는 벌판에 난 길로 걷는 것이다. 

직선 길이라서 길게도 느껴지고,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까이 갈수록 다리가 뚜렷이 보인다. 

이번 코스는 저 영암호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제 갈대 사이로 다리가 크게 보인다.

보이는 것은 풀과 갈대뿐이고 쉴만한 그늘도 하나 없는 길이다. 이 길을 걷고부터는 불던 바람도 조용해지고 날씨가 더워져 간다. 


중간 정도 갔을 때 영암호에 고기 잡은 어부가 홀로 땡볕에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호수에 볼만한 것이 보이니까 눈에 계속 어부를 보고 걷는다. 어부를 지나서 한참을 올라갔는데, 어부는 동력선을 타고 나를 추월에서 앞으로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어부를 잊고 가다가, 반 시간 이상 올라오니까 다시 어부가 보인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낚시하는 어부가 아니라 정치 망을 여러 곳에 놓아두고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영암호는 상상을 넘을 정도로 길고 넓은 호수지만, 걷는 나에게도 너무 지루한 길이다. 철새는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고 영암호는 조용하지만 간간이 숲풀에 숨어 있던 장끼들이 내가 지나가면 놀아서 소리 지르며 날아간다. 날아가도 호수 주변의 너무 벌판이 넓어서 중간쯤에 내려앉는다. 


힘든 길을 3시간을 걸어가니까 다리가 가까워진다. 그래도 걸어가는 마음은 저 다리에 빨리 닿으려는 급한 마음만 생긴다. 3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걸어가니까 다리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쉬지 않은 것은 쉴 수 있는 그늘이나 장소가 없었다. 

지금은 조용하고 더운 곳이지만 가을에 갈대가 무성하고 철새가 찾아오면 보기 좋은 길이 될 것 같다. 이곳의 넓은 영암호는 철새들의 군무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영암호의 다리는 솔라시도 대교이고, 차가 다니는 아래 양쪽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만들어 놓아서 뜨거운 햇볕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이 다리도 너무 긴 시멘트 길이어서 걷는 것이 힘들었다. 이런 길이나 아스팔트 길을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다. 아마도 이런 편편하고 딱딱한 길은 발바닥의 같은 부위가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닿으니까 아픈 것이다. 흙길이나 산길을 가면 이런 길보다 발바닥은 아프지 않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은 발바닥이 아프고 산길은 다리가 아프다. 

솔라시도 대교를 건너니까 영암군이다. 


해남군은 면적이 넓어서 특산물도 고구마가 잘 되는 곳도 있고, 대파를 주로 하는 곳도 많았고 양배추나 배추를 하는 곳도 있었다. 해남 군도 넓은 간척지 논에는 주로 벼농사를 많이 하고 있고, 지금 모내기를 위해서 논갈이와 논에 물을 대고 있는 곳이 많았다. 


솔라시도 대교를 건너와서 햇볕에 나가려니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다리 길에서 한 시간 쉬다가 햇볕에 나왔다. 영암군에서 처음 만난 것은 태양광 발전기이고, 더운 날씨에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나 혼자가 햇빛 가리는 넓은 모자를 쓰고 얼굴에도 마스크를 하고 땀을 흘리면서 16코스 마지막 종점까지 걸어간다. 

종점이 가까워지자 공도교를 지나서, 한세대학교 앞에 종점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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