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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18. 2024

서해랑 길 10일차


해남 우수영 여객터미널에서 이른 아침에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더 걷고 싶은 것이다. 터미널을 지나서 처음 만난 가게 이름이 점빵이다. 예전에 가게 갈 때 점빵, 간다고 했었다. 그때는 점빵에 가서 먼저 건너는 말이 누구나 “제요”였다. 제요은 무엇을 준다는 사투리인데, 그 말을 왜 썼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터미널 앞 점빵은 이제 문을 닫은 것 같은데, 정겨운 느낌이다.

골목을 지나면서 이 길이 우수영안길이고, 벽화와 예술품이 있는 문화마을이다. 강강술래하는 벽화와 꽃밭을 가꾸려고 양동이를 들고 있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사실적이고 어릴 때의 모습이 이랬을 것이다.

우수영안길에는 법정 스님 마을 도서관도 자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 의자는 부일암과 성북동 길상사에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뒤로 돌아서 떠오는 해를 바라보는 스님의 조형물은 무소유를 주장하시고 모든 것을 갖지 않고 떠나신 스님의 모습이다.

그 길을 더 걸어가면 명랑대첩비가 있는 종합 유적지가 나온다. 이른 아침이라서 문을 열지 않아서 밑에서 바라보다가 길을 계속 간다. 


우수영의 골목을 지나서 다시 농로가 나온다. 오늘은 건초를 말리기 위해서 뒤집어 주는 기계가 작업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바다가 나오고 아직 푸른 보리밭 길을 걸어간다. 

바닷가의 양정 마을을 지나면 방조제와 들길을 지나면 예락 마을을 지난다. 

이 마을들 사이에는 넓은 논들이 자리한다. 서해랑 길은 바다와 같이 걷는 길이니까 방조제를 많이 걷는다. 방조제는 차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도 않고 거의 긴 거리이다. 


이번 코스도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이 많은 구간이다.


13코스의 종점인 학동마을로 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야이다. 그 넓은 논길을 지루하게 걸어간다. 이 주변 논이나 밭에는 건초를 많이 심어 놓은 것 같다. 이제 건초는 베어내고 모내기를 해야 하니까 논에 있는 건초는 거의 베어 놓아 건조되고 있는 중이다. 지나가는 논길에는 건초 마르는 냄새인 풀냄새가 정겹다. 

학동 마을에서도 논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벌써 이 들판에는 보리가 익어서 탈곡기로 보리 베기를 하고 있다. 보리를 베고는 건초를 벤 논과 같이 모내기를 하는 것이다.


논길이 끝나고는 바다가 나오는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해남 해안 도로이다. 

먼바다에 지나는 여객선을 보리밭을 배경으로 보는 풍경은 그림 같다. 


이어서 오시아노 해수욕장이 나온다. 유원지답게 도로나 가로수를 잘 조성해 놓았고 주변에 캠핑장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만들어진 캠핑장은 평일이지만 손님들이 보인다. 

이어서 오시아노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서해랑 길은 그 앞의 도로를 따라서 계속 가는 길이다. 

장수 마을을 지나서 인지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는 상당한 오르막이다. 

송촌 마을이 나오고 후산리를 지나서 계속 농지 옆의 도로를 걸어간다. 마지막에는 농로를 따라 걸으면서 당포 마을이 보이고 종점인 당포 정류장에 도착한다. 

당포 정류장의 버스 시간을 몰라 쉬지 않고 왔지만, 버스는 10분 전에 떠났다고 한다. 

오늘은 화원면 소재지에서 유숙할 예정이다. 어제저녁에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상당히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걷기 시작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역시 걷기에는 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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