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여 명이 사는 남미 최대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할 만큼 파리를 닮으려고 하는 도시이다. 이곳에 보이는 사람들도 유럽 어느 도시 못잖게 백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정열과 낭만이 있는 탱고의 고장이다.
먼저 마요 광장을 찾아서 가는 날은 춥고 흐린 날이다. 날씨가 화창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도 활기차 보였을 텐데, 날씨와 같이 도시가 경기가 좋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요 광장은 도시 가운데 있으며 대통령궁과
대성당이 같이 있고,
대통령궁 뒷면으로 가면 “여인의 다리”로 갈 수 있다.
마요 광장은 아르헨티나 독립의 원동력이 된, 5월 혁명이 일어난 광장으로 5월 광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5월 광장 중앙에는 5월 혁명 기념탑이 서 있고, 붉은 벽돌의 대통령궁 앞에는 기마 동상이 서 있다. 아마도 5월 혁명의 주역인 산마르틴 장군 상인 것으로 추정해 본다.
마요 광장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 쪽으로 가다가 보면, 도심의 높은 석조 건물 사이 도로에서 멀리 오벨리스크 탑이 서 있다. 파리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 쪽에 보이는 콩코드 탑과 비슷한 모습이다.
대성당에 들어가니까 내부는 화려하게 세 통로로 만들어져 있고, 왼쪽에 예복을 입은 근위병이 서 있는 곳에 주요한 사람의 무덤인 것 같다. 사람들이 들어가 둘러보고 구경을 하는 줄이 이어지고 있다.
대성당 바닥에 있는 타일이 예술인지 관광객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마요 광장은 학생들이 무리 지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이 나라에서 수학여행을 오면 들리는 필수 코스인 것 같다.
마요 광장 구경을 마치고 산텔모 시장을 찾아 나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도 반듯하게 정리된 직선 도로이므로 지도를 보고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산텔모 시장은 주로 음식점이 많은 시장이고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둘러보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장 안에서 유독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는 맛집이 있어서 나도 줄을 섰다. 여기 사람들처럼 길거리를 가면서 먹어 보니까 고기만두 같은 것이었다.
산텔모 시장에서 다시 돌아오면서 거리 가게 앞에 특이한 인형이 세 개가 있는 의자에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많이 한다. 어떤 사연이 있는 인형인지, 아니면 특이해서 남들이 하니까 하는지 모르겠다.
장미공원으로 유명한 팔레르모 공원을 찾아가보니, 이곳은 겨울이라 장미밭은 잘 정리되어 있고, 넓은 호수와 공원에는 시민들이 조용한 휴식처이다. 이곳은 도심이지만 새들이 호수에 많이 놀고 있다. 호수 주변 도로에 새똥이 너무 많아 밑을 보고 걸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팔레르모 공원을 지나 시내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다가 개들이 모여 있는 놀고 있는 개 공원을 구경했다. 이런 개 공원이 여러 곳에서 봤는데, 개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개 각각이고 몹시 시끄럽다.
여기서 얼마 가지 않아 세계의 꽃인 플로랄리스 헤네리카를 만났다. 인공으로 만든 25m의 거대한 알루미늄 조형물로 해가 뜨면 벌려서 피고, 해가 지면 오므려진다고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은 것 같다.
이 거대한 꽃을 지나면 대형 미술관이 볼품없이 규모만 크게 서 있고, 그 옆에 바닥에 그림을 그려 놓인 다리가 있다. 이 다리와 대형 미술관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다리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니까 봐 줄 만하다.
그림 다리를 건너서 아름다운 공동묘지인 레 콜레타를 찾아서 갔는데, 공동묘지 출구에 탱고를 추는 한 쌍을 있다. 날씨는 조금 쌀쌀한데 가벼운 복장으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이렇게 탱고를 추는 곳이 있는 것 같다. 이 추위에는 열심히 춤을 추어야 덜 추울 것 같았다.
공동묘지에 들어가는 입장료를 받았다.
이 공동묘지는 아르헨티나의 유명 인사들을 안치한 곳으로 현충원이었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에바 페론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묘지는 석조물로 되어 있고 조각과 기념하는 부조가 많았다.
유명인이 많은지 이곳에서도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고, 에바 페론의 조형물 앞에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람들은 다른 곳에 많이 모여 있고, 에바 페론의 석조물 앞에는 꽃만 있고 별로 찾는 사람이 없다.
가장 젊은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은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파라 만장한 인생을 꿈같이 살다가 갔다.
뮤지컬 “에비타”에서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서 울지 마오”로 세계적인 명곡으로 세계인에게 애잔한 감동과 사랑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 기구한 운명에서 배우로 살다가 페론을 만나 인생의 드라마가 시작되어 페론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면서 젊은 영부인이 되었다. 에비타는 빈민과 빈곤 여성을 위해서 자선사업과 구호 활동을 많이 해 가난한 사람의 영웅이었다. 예쁜 젊은 영부인 에비타가 빈민들을 위한 사업은 가난한 사람들의 성녀로 칭할 만큼 감동적인 활동과 아름다운 천사 같은 삶이었다. 에비타는 노동 계급과 가교 역할 하면서 대중적 지지 속에서 페론 정권은 얻었다.
아르헨티나가 한때 세계 5대 경제 대국에서 나락을 떨어진 것은 정권의 장악 유지를 위하여 인기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을 시도한 것이다. 그 시작이 페론주의라는 것이다.
에비타는 가난한 사람의 천사에서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여인이 되었다.
젊은 나이 영부인이 요절해 한 달 동안 국장을 치르고 추모 행렬이 3Km나 될 정도였지만, 사후에 시신이 이탈리아 밀라노로 도난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공동묘지 작은 공간에 안식처를 잡은 것이다.
에비타는 짧은 인생이었지만, 극적이고 감동적인 삶을 살다 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추모객이 찾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조용한 곳이 되었다. 인간은 삶이 위대하거나 감동적인 삶으로 보일지라도 그 한계가 크지 않은 삶이다. 열심히 훌륭하게 감동적으로 살려고 노력은 할 필요가 있지만, 보통 인간의 범위를 벗어날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엘 아테네오 서점으로 오페라 극장을 개조한 서점이다.
첫 번째는 판타지 소설가 조앤 롤링이 영감을 받았다는 포르투갈의 두 번째 도시 포르토 “렐루 서점”이라고 한다.
렐루서점에서 입장료를 주면서 들어가면서 줄이 너무 길어 힘든 경험을 했는데, 여기 아름다운 서점이면서 무료로 마음도 푸근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구경을 했다. 엘 아테네오 서점은 아름다운 서점이면서 착한 서점이었다.
국회의사당을 가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섰다.국회의사당은 어느 나라를 가도 멋진 석조 건물을 자랑하고 웅장하다.
의사당 앞은 공원이 되어서 넓게 시민들의 안식처인데, 그곳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있었다.
이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로댕의 3개의 작품 중에 하나라는 것과 20개의 위작 중에 하나라는 여러 설이 있다. 아무튼 국회의사당 앞에 이것이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생각을 많이 하라는 뜻일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랜드마크인 "여인의 다리"는 마요 광장 대통령궁 뒤편 바다 쪽 강에 자리한 날씬한 다리였다.
이곳 다리 위에도 열심히 탱고를 추는 두 쌍과 다른 춤 추는 사람도 있는 즐거운 곳이다. 주변에 보이는 도심에서 낭만이 있어 보이고 야경이 아름다울 것 같다.
춤추는 탱고를 구경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춤추는 낭만의 도시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늘 춤추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구경하면서 주는 돈을 받기 위해서 모자를 다리 위에 놓고 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