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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Aug 30. 2024

멀리 떠난 개

멀리 바다 건너갔다가 두 달 만에 돌아와 익숙한 아침 길을 걷는다. 

동네를 벗어나는 곳에 논은 벼가 벌써 이삭이 나와서 곧 머리를 숙일 것 같다. 모내기하는 것도 보지 못했고, 논물도 이웃이 봐 주었다. 그래도 잘 자라서 이제 추수만 하면 될 것 같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워서 힘들었다고 하는데, 아침에는 서늘한 기운도 느끼는 계절이 왔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계절의 변화에는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은 깔따구들이 기승을 부리지만 며칠이 지나면 힘을 못 쓸 것이다.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다리에 가까워지면서 작은 개가 있는지 주변을 살피면서 가는데, 어디에서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작은 개는 이제 여기에 살지 않고 아랫마을에 살 수도 있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한 작은 개는 아랫마을에 가까워지면서 장로님 집 쪽으로 눈이 간다. 장로님 집을 지나면서 유심히 살폈지만 개는 보이지 않지만, 거기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날도 개가 어디 있을까 궁금해하며 걸으면서 그 옛날 살던 산 밑 들판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딘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머릿속에는 그 한 마리 개 모양을 그려 본다. 

그날도 들판에는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는 장로님 집주변을 돌아서 왔다.

장로님 집에서 잘 지내는 모습 보는 것도 기대했고, 아니면 집 주변 텃밭에서 놀고 있을 개를 상상했다. 어디도 없었다. 어디서라도 보일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그다음 날은 걸음을 시작하면서부터 온통 관심이 어디 개가 있는가였다.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보이지 않는 개는 어떤 변고가 생긴 것인지 더 궁금해졌다.


여행 가기 전에 개의 모습이 떠오른다.

걷기를 돌아오는 곳에서 돌아올 때 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오다가 다시 돌아갔다. 어느 날부터 그냥 걷다가 보니까 계속 따라오는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개가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많이 따라 내려왔기에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 봐 아랫마을 입구에서 올려보냈다. 

그다음 날도 돌아보니 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 내려오고 있다. 내가 서면서고, 가면 따라 내려온다. 그래서 천천히 가면서 돌아보면 개는 먼 산을 보는 척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니까 알아듣고 뒤돌아 올라간다. 

그 사이에 나는 뛰어 내려갔다. 뒤를 돌아보니까 개가 보이지 않아 돌아간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보통 걸음으로 가는데, 그 사이에 개는 다시 뛰어서 나를 따라온다. 

이번에도 어제와 같이 한참을 가지 않고 서서 올라가라고 손짓하고 기다린다. 개는 올라가서 다시 뒤를 돌아보다가 이번에는 내가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까 단념을 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다음날부터 그렇게 개가 따라오니까 개가 있는 산 쪽으로 가기가 꺼려진다. 


따라오는 개는 그냥 두면 우리 집까지 따라올 것 같은 개의 표정이다. 자기에게 위협하지 않으니까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가려는 것인지, 정을 붙일 사람을 찾아가는지 끝까지 따라올 모양이다.

원래 개는 붙임성이 많고 사람 주변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 들판에서는 보는 사람마다 돌을 던지거나 작대기로 때리려 하지만, 나와 장로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자기를 귀여워하는 줄 안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따라오는 것이다. 


이 가여운 개를 도와주는 것이 우연히 이루어졌다. 

원래 먹이를 주는 장로님 집은 아랫마을 입구 길옆에 있다. 개가 따라오다가 장로님을 보라고 며칠을 장로님 집 앞에서 가지 않고 올라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니 개는 장로님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게 되는 것이다. 개가 장로님을 만나면 따라갈 것이라 예상하고 계속 그곳에서 올라가라 손짓했다. 

그러다 집에서 나오는 장로님을 만난 것이다. 늘 자기 밥을 갖다 준 사람을 만났으니까 이제는 그 장로님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때부터 산에서 내려와서 장로님 집으로 찾아가는 길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작은 개를 산에서 장로님 집으로 가서 먹이를 먹도록 하고, 나는 여행을 떠났다. 들판에 두 마리 개가 버려져 있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홀로 남은 개는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개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으니까,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셋째 날은 아침 운동을 마치고 장로님께 전화했다. 

개가 어디서 잘 있는지 물어보았다. 장로님은 개는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죽은 개가 눈에 밝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한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개가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들판에서 살다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지만, 불쌍한 개는 떠났다는 것이다. 장로님은 지금이라도 뛰어와서 따라다닐 것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개가 장로님 집을 알고는 주변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개는 장로님 집 주변에 맴돌다가 장로님이 나오면 장로님 뒤만 따라다녔다고 한다. 밭에 가서 밭으로 가고 마실 가면 마실 따라가고 장로님이 가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다녔다. 그렇게 개가 장로님을 따라다니는 것이 소문나서 궁금해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붙임성있게 장로님을 따라다닌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방문을 나서면, 언제 왔는지 앞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거처도 마련해 주고 늘 귀여움을 받고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웃에서 이렇게 장로님을 따라다니는 개를 보고 어디서 구한 개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마다 이 사연 많은 개를 이야기하면서 장로님과 천생연분으로 인연이라고 했었다.

아마 먹이를 계속 주다가 어느 날 집에 찾아온 개를 그렇게 생각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이 보내준 개라고 생각할 정도로 개를 돌보고, 개도 장로님을 그렇게 따라다녔다. 장로님이 어디 가든 그렇게 따라다니는 개는 없을 정도였다. 


장로님 집에서 안식을 찾은 개는 잘 먹어서 생기가 돌고 귀여워하는 장로님 가족들과 한 달 이상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개는 죽어 있었다. 장로님도 너무 마음이 안 대서 한동안 온통 그 작은 개 생각이었다.

개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먼저 간 개와 만나서 잘 보내기를 장로님은 기도했다고 한다. 사람의 정이 그리워 들판에서 헤매다가 겨우 보금자리를 찾았지만, 먼 곳으로 떠난 것이다. 


홀로 남아서 먼저 간 개 몫까지 잘 살길 바랐던 개는 먼저 간 개를 따라서 간 것 같다. 여행 중에 보지 못했지만 날 알아보지 못해도, 지금 주인만 좋아해도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로님 집에서 예전에 알았다고 가까이 가면 사납게 짖어대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작은 개는 친구 찾아 먼 길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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