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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Sep 06. 2024

수달보다 더한 물고기 사냥꾼

마을의 위쪽에서 길러 먹던 우물에서 일어서서 보면 보이는 곳에 “느리청석”이 있었다. 여기서 아이들이 멱도 감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여름날 노는 장소였다. 냇가 바닥과 주변에 평편한 암반이 넓게 있는 곳을 “느리청석”이라고 불렀다.

느리청석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도 많았다. 아이들은 넓적한 돌에 손을 넣어서 그 속에 물고기가 있으면 아가미 부분을 잡아 나오는 것이다. 아가미가 아니고 꼬리나 몸통을 잡아서 나오면 물고기가 몸부림치면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물고기가 발버둥 쳐도 못 

빠져나가도록 급소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는 손으로 잡아내기가 어렵다. 미끄럽고 조금만 움직이면 손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물속에 있는 돌에 손을 넣을 때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쪽으로 살짝 들면 틈이 생긴 쪽은 다른 손으로 막아야 한다. 물속에서 물고기는 사람 손이 닿아도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다가 잡아 쥐려고 하면 도망을 한다. 그런 “느리청석”은 멱을 감는 곳에는 바닥이 평편한 청석으로 멱 감긴 좋았고, 청석이 끝나는 부분부터는 돌이나 굵은 모래가 있어서 물고기들이 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그곳에 어느 때는 돌무더기를 쌓아 놓아서 고기가 들어가도록 만들어 놓기도 했다. 물고기들이 돌에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 주변의 돌을 한곳으로 모으면 그곳에 고기가 들어간다. 이때 돌을 물속에 모을 때 고기들이 들어가기 좋게 틈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돌무더기에 물고기가 들어간다. 그때 물속에 돌무더기를 쌓은 사람이 와 반디를 대고 하나씩 돌을 치우면서 고기를 잡는 것이다. 

이 돌무더기에 들어간 고기는 주로 야행성이고 육식 물고기가 많았다. 뚝지가 대표적으로 들어가고 꺽지를 비롯해 물속을 그냥 헤엄쳐 놀고 있는 피라미를 제외하고는 거의 그 돌무더기에 들어있다. 이때 이곳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은 만들어 놓은 돌무더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물고기가 돌 속에 손을 넣어서 잡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그런 물고기가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이가 들어도 냇가에 물고기가 없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요즈음은 냇가에 물고기가 없다고 한다. 그냥 놀고 있는 작은 피라미만 보이고 돌 속에도 물고기가 드물다고 한다. 황새나 가마우지가 많아지고 수달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예전에도 그런 천적은 있었으니까 그것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동물들을 보호하니까 예전보다 숫자가 많아져서 조금은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 

수자원 개발공사에서 하천을 보호하기 위해서 갈대 씨를 상류에 뿌려서 갈대가 무성해지면서 고기가 산란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도 농작물에 치는 농약일 가능성이 높다. 농토에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막을 수 없기에 그 속에 농약 성분이나 비료가 들어간다. 그 화학성분들이 물고기의 산란을 방해하는 것일 것이다. 수달이 아무리 물고기를 잡아먹어도 더 많이 산란하면 물고기는 그 수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즈음 황새나 가마우지, 수달이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기는 한다. 그런 동물들이 천연기념물이나 잡지 못하게 하니까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디를 가도 새들이 물고기를 잡으려 물가에 있는 것이 보이고, 사람이 옆을 지나도 잘 날아가지도 않고 날아갔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예전에 수달은 인기척이 있으면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숨어버렸는데, 지금은 인기척이 있어도 사람이 멀리 있으면 도망을 가지도 않고 물고기를 따라서 물속을 다닌다.

그러니까 물고기들이 오히려 사람이 많이 오가는 마을 어귀나 앞의 냇가에 많이 산다. 여기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동물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물고기를 찾아 황새나 가마우지들이 마을 앞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이 오가니까 왔다가 가는 것이다. 수달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야간에 올라온다고 한다. 마을 앞에도 물고기들이 안심하고 살 수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마을 앞에는 예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면서 마을 앞 냇가 물고기들이 노는 것을 지켜본다. 그렇게 모여 있는 피라미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고, 물고기가 그것을 먹으러 모이는 것도 구경한다. 동네에 할머니들이 지나면서 구경할 곳이 거의 없다. 

늘 보는 물고기이지만 커가는 것도 보고 때 지어 노는 것을 보는 것이 같은 일상에서 조금은 다른 풍경이다. 그러다가 마을 앞 물고기들이 예전에 많던 시절과 같을 정도로 많아진다. 그러면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물고기가 조금 줄어든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때는 간밤에 수달이 올라왔다가 간 것이다. 그래도 동네 앞 물고기는 다른 곳보다 많아 지나다 내려다볼 정도는 살고 있었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마을 앞 냇가를 내려다보니까 물고기들이 이상할 정도로 큰 것은 보이지 않고 작은 피라미들만 다니는 것이다. 어제 수달이 올라와서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수달이 단체로 올라왔다가 갔는지 한 마리가 한 짓은 아닌 것 같다. 큰 물고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달이 천년기념물인 것을 원망하고 구경하던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서 섭섭한 마음이다.

그런데 밤에 누가 배터리를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배터리를 사용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잡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마을 앞 냇가에 배터리로 잡았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날 마을에서 같이 저녁을 먹다가 의기투합해서 배터리 있는 사람이 물고기를 잡고, 나머지는 망을 본 것이다. 집단으로 불법 어업 행위를 한 것이다.

망을 보는 사람은 멀리 차들이 들어오는 입구까지 가서 망을 보다 수상한 차가 지나가면 전화로 알리고 다른 사람은 냇가를 내려다보면서 멀리 차나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물가에 내려간 배터리 찌지는 사람은 돌이나 물이 급하게 내려오는 곳에서 전기로 구석구석 잡아냈다는 것이다. 숨어 있던 고기들이 엄청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는 주변에 배터리를 하는 사람 마누라와 지나가던 구경꾼이 모여서 구경을 했다는 소문이다. 그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배터리로 물고기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평소에 물고기를 배터리로 잡으면 고발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도 있었다. 배터리 찌지는 사람의 포스나 험담이 무서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지켜봤는지, 망을 봤는지 모르지만 말하고 행동이 다른 사람인 것이다. 

마을 이장이라는 사람은 배터리 찌지는 사람 뒤에서 전기를 맞고 떠내려가는 고기를 안 놓치려고, 반디를 대면서 따라갔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수달보다 훨씬 더 심한 물고기 사냥이 밤에 일어난 것이다. 


마을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구경하던 물고기들, 간혹 자라도 올라오면 사람들은 자라 봤다고 하는 자랑하던 그곳에 배터리로 고기를 남획한 것이다. 

배터리가 지나가니까 밤이지만 랜턴으로 비춘 냇가는 물이 허엿게 물고기가 죽어서 떠올랐다는 것이다. 잠자던 메기와 뚝지 붕어들이 무더기로 죽어간 것이다. 그래도 신고가 두려운지 짧은 시간에 끝냈다고 하는데, 물고기는 엄청 많이 죽어 나간 것이다. 큰 물고기는 거의 죽어서 떠올랐고 작은 물고기는 건지지 않으니까 그냥 물에 떠내려갔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고 마을 사람들은 천연기념물을 이곳에서는 해제해 잡아야 한다고 한다. 배터리를 쓰는 사람도 어떤 벌을 받아야 한다.


다음날에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지날 수가 없어서 배터리로 고기 잡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 얼굴에는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옳은 말이니까 말없이 듣고 있었다. 다음에는 안 할 것으로 믿는다.

마을에 “같이 살아가는 인심”에 이번에는 고발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 어제 그 짓을 한 사람들은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어와 그렇게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당장 고발할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 자기 마을 물고기는 자기들은 불법으로 잡아도 된다는 것은 나쁜 텃세이다. 여기서 고발해서 이것은 아니라는 강한 느낌을 주어야 옳은 것 같은데, 현장을 보지 못하고 전해 들은 이야기이니까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핑계로 돌린다. 


오늘도 마을 앞 냇가에는 살아남은 물고기가 한가하게 놀고 있다. 수백 년 전에 마을이 처음 생겼을 때도 이렇게 물고기들이 놀았을 것이다. 

물고기를 먹고 싶으면 낚시나 반디로 잡으면 되고, 물고기를 파는 가게도 있다. 아마 잡는 재미라는 말을 하지만, 나름 내가 이렇게 물고기를 잡아도 현장에서 안 잡히면 주변에서는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과시욕도 있는 것 같다. 

수달이 간혹 밤에 올라오면 물고기는 도망 다니기에 바쁘다. 그래도 빨리 도망가거나 깊은 돌 밑에 숨으면 살 수 있지만, 밤중에 갑자기 전기가 마비를 시키면 어떻게 할 방법도 없이 당하는 것이다. 

황새는 가만히 기다리니까 그 근처에 가지 않으면 되고, 가마우치도 기다리는 곳에 가지 않으면 물속에 따라오지만, 재빠르게 도망가면 살 수 있다. 수달은 처음부터 물속으로 들어와 따라오면서 잡아먹으니까 도망가기가 더 어렵지만 그래도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 숨거나 도망하면 된다. 물고기 생존의 생태계는 수달까지인 것 같다. 물고기의 천적은 수달에게 도망가는 것이 한계이어야 하고, 넘어서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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