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여행이 거듭될수록 돌아오면 서울은 편안함을 느낀다. 도시는 더 세련되어 있고, 정든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이곳에 익숙해진 것이다.
입국에도 복잡하지 않고 친절하다. 물로 내 나라이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필요한 것만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 여기는 사람을 들이기 필요한 것만 하는 것이지, 기분에 따라 권위를 부리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물론 뒷돈을 바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입국장을 나오면 누구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느 공항과 비슷하지만, 반가운 사람이나 약속된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나오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
조금만 더 가면 확실히 다른 것이 느껴진다. 자기 택시 타라고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 따라다니는 사람이 없으니까 편안도 하지만, 허전한 기분도 든다.
깨끗한 공항의 분위기와 호객행위도 없고 복잡하지도 않다. 정다운 지인이나 가족을 기다리는 웃음이 있는 공항이다.
이제 서울 도심으로 가는 길은 깨끗하고 조용한 지하철이 기다린다. 도심으로 가는 불안함 대신, 편안하게 목적지로 간다는 안도감이 있는 곳이다. 처음이라도 머리 복잡하지 않게 서울로 올 수 있다. 범죄나 택시 바가지요금 염려도 없는 길이다.
지하철에서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무관심이 좋은 건 아니지만, 신변의 안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마음 편한 곳이라는 것이다.
차창으로 지나는 도시는 너무 반듯하고 깨끗하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사는 서울은 너무 번화한 도시이다. 지나는 차들은 세련되어 보이고, 지체되는 군더더기 시간 없이 지하철은 타고 내릴 수 있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가는 곳을 친절히 안내하는 곳이다. 이런 것은 다른 곳에 갔다 올수록 더 그런 마음이다.
서울의 거리는 너무 깨끗하다.
깨끗한 서울역은 많은 사람이 서로 질서 있게 오가는 곳이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누구를 유심히 보는 사람도 없고, 노려보는 듯한 얼굴을 하는 사람도 없다. 입고 다니는 옷들이 깨끗하고 단정하다. 때로는 고급 지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도 많다. 모두 세련된 사람들이 사는 곳인 것 같다.
거리에 버려진 휴지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도 질서 정연하게 걸어 다닌다. 무질서하게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도 없고, 신호등에 따라서 질서 건너는 모습이 선진국의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심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사라고 호객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니까 정이 삭막한 도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이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외국인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 같은 행동도 하지 않고, 실제로 바라지도 않는다.
많은 차가 꼬리를 물고 다니지만, 난폭 운전하거나 폭주하는 차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차들은 모두 금방 세차를 하고 나온 것처럼 깨끗하다. 사는 것이 궁핍하면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없다. 서울에서는 우버가 아니라도 위험하지도 않고 바가지요금도 없다. 오직 택시 미터기에 기록된 요금이 나올 뿐이다. 거리에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시이다.
서울에 들어오면서 마음의 편함을 느낀다. 내가 살던 곳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살던 곳이라 익숙함이 주는 그런 편안함과 확연히 구분되는 편안함이다. 도시 분위가 그런 것 같다.
이런 서울을 여행하면, 예측 가능한 분위기이고 주변에 불안함이 없으면 즐기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이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이런 생각도 다른 나라에 다녀오니까, 차별되는 서울의 모습이 느껴지고 이곳이 참 잘 살고 문명화된 도시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서울은 잘 사는 것이 보인다. 사람들의 모습이나 얼굴에서 편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 보인다. 물론 바쁘게 움직이게 보이고, 사람들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도 보인다.
아프리카의 낯선 곳에서 힘들었지만, 돌아온 서울은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이다. 계절도 벚꽃이 절정인 봄날 호시절이다.
지금까지 서울이 이렇게 마음에 편안함을 주기도 처음이다. 지금 서울은 좋은 향기와 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좋은 시절이 오래 유지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기가 살던 곳이 정이 가는 것이다. 서울은 내가 사는 곳이다.
다음날 병원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 9호선을 찾았다.
전철이 도착하기 전에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이 질서 있었다. 전철이 도착하고 타려고 하니까, 들어갈 공간이 없다. 다음 차를 탈 생각을 뒤로 물러섰다. 그 와중에도 없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다음 차가 도착하고 또 만원 전철이다. 이번에는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힘센 젊은이들은 밀고 들어갔지만, 나는 밀려서 밖으로 나왔다. 직장에 출근 시간에 맞추어서 젊은이들은 힘으로 파고들어 버티고 있었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은 전쟁이었다. 다음에 오는 전철은 엉덩이로 밀고 들어가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그 복잡한 전철 안에서도 사람들은 무심히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 휴대폰이 내 눈앞에 있다. 그 휴대폰에는 게임을 하고 있다. 나도 그 게임을 구경하면서 갔다. 서울의 또 다른 세계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곳에서 고맙게 이용한 우버를 탔다. 서울의 우버는 자가용이 아니라 허가받은 택시였다. 여기서도 외국 사람들은 우버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서울의 택시는 바가지요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버 기사 말에 의하면 여기도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요구하는 택시 기사가 있다고 한다. 어디를 가도 이상한 사람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