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친구들

by 안종익

술친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술시를 느낀다는 것이다.

술시가 다가오고 있다.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 할 일이 생길 것 같고, 거기에 간절함이 있으면서 몸에서도 활력을 느낀다. 술이 다시 그리워지면서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도 아프고 앞으로 술을 덜먹어야 하겠다고 잠시 했던 생각도 사라지고, 술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시간이 술시이다. 보통 오후 네 시 경이다. 이때 술친구들은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술을 먹자는 말이고, 머릿속에는 무슨 안주를 해서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술시가 넘어서 자주 만나는 친구가 거의 술친구이다. 술을 자주 하는 사람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한잔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매일 만나는 친구가 많다. 사업상 매일 다른 사람과 만나서 술을 먹는 분도 있지만, 대체로 술을 먹는 친구가 정해져 있다. 그래도 술친구는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맞지 않은 성격이나 이해관계가 다르고 싫어하는 사이는 술친구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비슷한 경우도 자주 만나 술친구를 하다 보면 부딪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술친구로서 헤어지면 영원히 안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또다시 화해해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술친구들은 어제 먹은 안주를 잘 기억을 한다. 오늘은 다른 안주를 먹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술집은 좋은 평을 하지만, 시원찮은 술집이나 폭리를 당한 술집은 서로 정보를 교환해서 다시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쁜 술집으로 소문까지 낸다. 술친구들은 술시가 지나면 오늘은 어디서 만날까 고민을 한다.

술시가 지나서 술친구들은 만나면 어제 보았지만 반갑고, 실제로 처음에는 먹을 술이 기다려지는지 친구가 보고 싶었던 것인지 즐겁고 반갑다. 그래서 술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먹으면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기분이나 몸이 이상했던 사람도 속이 풀리고, 모든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다가 다시 취기가 오르면서 기분도 좋아지는 순서로 흘러간다. 이때부터 호기가 생기고 조용하던 친구의 목소리도 커진다.

술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 먹는 것이 직업처럼 된 술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술을 계속 먹었다고 자랑을 하면서, 술을 먹기 위해서 아침에 지독스럽게 운동을 한다. 어제 먹은 술독을 빼고 좋아하는 술을 오늘도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저녁이면 8시 전에 집에 들어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리를 하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술을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술이 좋아서 그렇게 운동을 하고, 일찍 들어가는 습관도 술 마시기 좋게 길들여진 것이다.

그런 친구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평한다. 할 일이 없어서 지내다 보니까 술을 먹게 되었고, 매일 술을 먹다 보니까 일이 하기 싫어져서 일 안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일 안 하니까 할 일이 없어서 외롭고, 그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매일 술을 먹는 것이고, 그 술을 오래 먹기 위해서 운동을 악착같이 하는 것이다.

술친구들은 자주 만나다 보니까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무슨 말을 할지 쉽게 안다. 그래도 어제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들어주고, 술 좌석에서는 우정과 동료애와 의리까지 이야기하면서 떠드는 자리이다. 처음에는 말 많은 친구가 혼자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말이 없던 친구도 말이 많아진다. 어느 정도 술이 취하면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술자리가 길어지면 술이 센 사람이 주도권을 갖고 떠드는 경우가 많다.

술과 같이 반세기를 넘어서 먹어온 술친구는 술이 체질에 맞는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먹고 실수도 거의 없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술을 보통 오후 4시나 6시에 시작을 한다. 이 시간에 술 먹을 친구들이 모이면 먼저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만든 소맥을 두 번 정도 돌리고, 다음은 소주만 먹는다. 모두가 다 같이 원샷으로 술잔을 비우기 때문에 술을 덜먹으려고 요령을 부리기 힘들다. 이 술친구는 자기 술잔이 비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술잔이 안 비었다는 것을 귀신같이 안다. 그러고는 그 사람이 술잔을 완전히 비울 때까지 모두가 기다린다. 그러니 먹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늦게 온 사람은 연이어 폭탄주를 세잔을 먹이고 시작하므로 술 좌석에서 서로 비슷하게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술자리가 끝난다. 그러면 2차 없이 각자 집으로 간다. 저녁 6시나 8시 전에는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다. 이런 술자리를 하게 된 것은 술이 습관화되어서 매일 먹어야 되기 때문에 실수를 덜 하고 몸에 무리도 덜 가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면 보통 일 인당 소주 2병에서 3병 정도 먹고 끝난다. 그렇게 술자리를 철저히 관리해도 한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은 처음부터 주전자에 소주 1병, 맥주 1병을 섞어서 소주잔으로 마시는 방법을 개발해서 마신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는 교회의 장로님도 매일 술을 먹는다. 그 장로님은 선출직 일을 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술을 먹어야 하는 애로사항은 있지만, 그래도 술 먹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에 마신다. 술 먹는 사람도 선거 때는 한 표가 있으니까 먹자고 하면 먹을 수밖에 없다면서 교회에 가서는 교인들의 지적을 피해 나간다.

장로님은 매일 주(酒) 님을 만난다고 너스레를 떤다. 특히 일요일은 아침에는 교회 가서 주님을 만나고 저녁에도 주(酒) 님을 만나 하루에 두 번 만나는 날도 있다. 술친구들은 이 장로님을 보고서 주님을 자주 만나서 천당은 확실히 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같이 가자고 농담을 한다.

술좌석에서 우정과 친교의 시간도 되지만 보통 다른 사람의 흉을 보는 경우가 많다. 매일 만나다 보면 하던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고, 보통 선한 사람도 다른 사람의 흉을 보는 경우로 흘러간다. 그래도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칭찬을 하기도 한다. 술을 먹는 친구들은 보통 술을 먹고 지내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고, 술을 안 먹고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좀생이고 돈이 아까워서 못 나온다고 흉을 본다. 술이 취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나 다른 사람의 뒤 담화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술을 잘 먹지 않는다. 보통 직장에서도 오십이 넘은 사람들이 술을 자주 먹고 다니고 그중에서 매일 먹는 사람도 있다. 오십이 넘은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술을 멀리하고 다른 좋아하는 것을 한다. 오십이 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취미 생활로 술이 된 것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나 운동에 취미를 갖지 못하고, 주위에 쉽게 갈 수 있는 술집에 자주 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직장 생활이 술을 가까이하게 할 정도로 힘든 면이 있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은 술보다 더 좋은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술보다 더 쉽게 좋아하는 것을 만나는 방법도 아는 것이다. 멀지 않아서 나이 든 사람들이 술 먹던 낭만을 이야기하듯이 젊은 사람들은 술 아니고 다른 추억거리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운 친구나 보고 싶었던 연인을 만나서 기울이는 한 잔의 술과 비교할 수 있는 더 좋은 자리가 있겠는가? 술이 매일 먹어야 한다면 피해야 할 음식이지만, 가끔 기분이 좋을 만큼 취기가 오를 때 그만 먹을 수 있다면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음식이 될 수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나는 전통주나 막걸리를 한두 잔 음미해서 먹어보면, 그 맛이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거기에 그곳 향토 음식과 같이 한다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멋진 시간들일 것이다.

외국에 가서도 그 나라의 술을 맛보지 않고 다닌다면 그 또한 2% 부족한 여행이 될 것이다. 술은 좋은데 너무 자주 만나서 나쁜 음식이 되었다. 그리울 때쯤에 만나야 되는데, 만나면 계속 만나고 싶은 것이 술이다.

그립고 보고 싶은 술이지만 보고 싶어도 참고, 그리울 때 만나고, 그리고 오래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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