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방

by 안종익

겨울 아침 창문 앞, 감나무 가지가 가만히 있다.

화단엔 땅이 서릿발이 보인다. 추운 날씨인데 바람 불지 않으니, 혹시 예보가 틀릴까 하고, 거실 문 열고 나갔다.

밖은 코끝을 얼게 하는 것 같다. 맨손은 금방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손끝은 주머니 속에서 시리다. 바람이 불지 않아 나왔다가 급하게 집안에 들어갔다. 지독한 추위이다. 이곳은 산속 마을이라 겨울에 이런 추위가 자주 온다.


안방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높였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 추위가 아직 몸은 있다. 거실도 추워 안방 공기와 섞일까 봐 방문을 닫았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창밖으로 추운 밖을 내다본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도 나왔다가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새벽녘부터 기온이 내려가 해뜨기 전까지 추워서 움직이는 이는 것이 거의 없다.

창문 너머 멀리 보이는 비봉산이 추운 날씨에 더 선명하다. 왼편으로 남산에서 해가 뜰 기미가 보인다. 반대편 앞산 꼭지에 햇볕이 시작된다.


여기로 살려고 왔다. 엄마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이다. 그 집 안방이 엄마가 살던 방이다.

멀리 객지에서 고단하게 살다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곳이 여기가 될지는 몰랐다. 객지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나이 들어 편하게 살 곳을 찾아온 것이다. 엄마가 살던 이곳이 끌린 것이다. 엄마의 그리움이 배어 있고, 마음이 편할 것 같은 곳이다.

조용히, 이곳에 긴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여장을 풀었다. 엄마가 쓰던 그 안방에..


엄마가 쓰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침대만 엄마가 자던 자리에 놓았다.

엄마가 살던 집은 30년 전에 옛날 흙집에서 양옥 벽돌집으로 지었다. 재래식 부엌에 흙벽 집에서 편한 양옥집을 엄마는 좋아했다. 그렇게 이 집에서 정을 붙이고 오래 사셨다.

이 집이 양옥 벽돌집이지만 단열재를 많이 넣지 않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외풍이 심한 집이다.

나는 겨울에 돌아와 혹독한 추위를 겪고, 다음 해에 방과 거실에 단열재를 안으로 붙여 외풍을 많이 줄였다. 그래도 방안의 온기가 쉽게 식는다.


엄마는 추워지면 안방 보일러만 틀었다고 한다. 보일러 기름을 아끼려고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실과 주방, 작은방은 겨우내 냉골이었다. 거실 바닥은 추워서 얼음 위에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엄마는 너무 추운 한겨울에는 안방에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한다. 안방에 밥솥을 놓고, 휴대용 부스타로 끓여 먹은 것이다. 조리가 간단한 통조림 국을 좋아하셨다. 부스타로 통조림과 배추를 넣고 간을 맞춰 간단히 만들어, 여러 번 데워서 먹은 것이다. 화장실이나 주방에 갈 때는 추워서 동동걸음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겨울에는 안방에서 나가지 않고, 여기서 생활하셨다. 작은방과 거실이나 주방은 거의 시베리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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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 없는 마을에 햇살이 내려왔다. 남산 위로 해가 떠오른다. 마당에도 햇볕이 들더니, 창문으로 햇살이 들기 시작한다.

아직 추위는 여전하지만, 안방 바닥에 햇볕이 들어온다. 그 크기가 넓어지면서 노란 장판을 더 노랗게 보인다. 이제 침대에도 햇살이 들어왔다. 햇살이 이렇게 따스한 줄 몰랐다. 엄마도 이때는 햇볕을 쬐었을 것 같다. 엄마가 안방에 지내면서 햇볕이 들어올 때가 가장 좋았을 것이다. 엄마의 방이 정 남향인 줄 이사 와서 깨달았다.

몸이 추위에서 풀어지고, 노곤해지며 편안히 누워서 햇살을 받는다. 방안 온도가 올라가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도 멈추었다. 이 방은 정남향이라 해가 앞산으로 넘어갈 때까지 햇살이 든다. 엄마가 아침이면 기다리던 햇살을 나도 기다리며 지낸다. 엄마는 긴 추위를 안방에서 햇살이 있어 지낸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볕을 쬐는 느낌은 엄마도 옆에 있는 것 같다.


엄마의 방에서 엄마처럼 살 것 같다. 엄마는 멀리 떠난 자식들을 생각하거나, 그 옛날 엄마의 고향에서 친구들과 놀던 때를 회상하면서 보냈을 것이다.

때로는 고된 시집살이도 생각나고, 좋았던 일을 떠오르면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을 것이다.

오늘도 엄마의 방에서 편히 지내면서 낯이면 찾아오는 햇볕을 반갑게 맞는다. 햇볕에 엄마 소식도 물어보고, 나도 옛일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엄마의 방은 정남향이라, 햇볕이 들어와 밤새 추위를 풀어주고 환한 미소 짓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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