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나 할아버지

by 안종익

잠들어 오래 잔 것 같아 아침인 줄 알았는데, 한밤중이다.

다시 자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또 아무 생각 없이 있어 봐도 잠은 오지 않는다. 머리가 더 맑아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다 포기하고 그냥 누워있었다. 그런데 아직 잠이 들지 않은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보인다. 돌아가실 무렵 할아버지는 많이 참으려 하지만, 아파하는 모습이다. 난 그 옆에서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잠에서 깼다. 잠이 안 들었다고 느꼈지만, 어렴풋이 잠이 든 것이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이어서 오랫동안 할아버지 아파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리한다. 지금은 아파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분이다. 영원한 내 편이고, 내가 험한 세상 잘 살아갈지 염려하시던 어른이다.

다시 만나지 못할 이별을 한 분! 아파하는 모습이 눈에 아련하지만, 그래도 환히 웃는 할아버지 얼굴이 꿈속에 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날 다정하게 바라보며 잘 사는지 물어보면, 생각나는 자랑은 모두 하고 싶다.


돌아가실 무렵, 몸이 아파 환한 얼굴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의 표정일 것이다. 꿈속에서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지만, 할아버지 아픔에 아무 도움은 되지 않았다. 돌아가시는 사람은 아파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도 그 분위기를 조금 점잖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평온한 표정을 하거나 더 나아가 웃는 얼굴을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덕담하면서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몸이 고통스러우면 아픈 표정이나 신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어쩌면 인간적인 것일 수도 있다. 아픈 걸 참고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없다. 그러나 참을 수 있다면 편안한 표정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것은 늙어가면서 마음으로 연습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이별한다. 그중 죽음이 가장 마지막에 오는 이별이다. 우리가 늘 말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있다. 만나면 헤어지고, 떠나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고,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을 암시한다는 말로 법화경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만나면 헤어지고 그 헤어짐이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은 삶에서 마지막 이별이지만,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단련하고 숙달시켜서 마지막 무렵에 슬픔 표정보다는 편안한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슬퍼하는 것보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떠나고, 보내는 것이다.


최인호 산문집에서 “내 영혼에게 가만히 가자고 속삭이는 순간”이란 제목이 있다.

이 말은 영국 시인 “존 던의 이별” 시에서 인용한 말이다. “점잖은 사람들은 점잖게 숨지며, 그들은 그들 영혼에게 그만 가자고 속삭일 때, 임종을 지켜보는 슬픈 어린 벗들이 못 알아차릴 정도로 우리도 조용히 사라지세나.에서 참고한 것이다.


죽음의 이별을 맞이할 때 조용히, 자기 영혼에게 “이제 그만 떠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을 배워야 한다. 나는 그것을 배움을 지나, 자기 영혼에게 세뇌시키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마음속으로 “그렇게 조용히 가야 한다"라고 되뇌고 살면, 마지막에 그렇게 될 것 같다. 그것도 웃음을 띠면 더 좋은 것이다. 그래야 자손들이나 지인들의 마음이 편안하고 아쉬움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같이 함께한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그러면 혹 꿈에서는 웃는 얼굴이나 편안한 모습이 보일 것이다.


마지막 이별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점잖고 품위 있게 마치는 것이다.

또 늙어가는 노년의 모습도 웃으면서 보내야 한다. 급할 일도 없고, 더 할 일도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물론 할 일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제까지는 어떻게 살았든 노인이 되면 웃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늙어서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 가장 잘하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웃음으로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상대를 편하게 하고, 나로 인해서 기분이 상하거나, 오래 생각하게 해선 안 된다. 간혹 굳은 표정이나 거친 어투가 상대를 불편하게 하면 타인에게 오래 남게 하는 경우가 된다. 그러나 웃은 표정이나 무표정은 지나면 잊게 마련이다.

여기서 가장 잘해야 할 사람은 가족이나 지인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나치는 관계이지만, 가족과 지인은 오래 생각하고 기억에 남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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