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고향을 떠나 겨울이 오면 늘 생각나고, 특히 눈이 내리는 날에 더 생각이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눈 오는 날 중에도 날씨가 포근하면서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내리는 눈도 춤추듯이 천천히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했다.
겨울 물고기를 잡아서 얼음 위에서 투명 텐트를 치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 친한 친구들과 둘러앉아 물고기 매운탕을 끓여서 막걸리 한 잔을 하는 것이다. 얼음 위에 친 텐트는 투명해서 바깥이 다 보이면서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텐트 안에는 바람이 차단되어서 매운탕 끓인 열기로 훈훈한 넓은 얼음판 위에서 정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버킷리스트였다. 간혹 얼음 위에서 이리저리 쓸려서 왔다 갔다 하는 낙엽을 보면서 옛이야기를 정답게 하는 것이다.
첫추위가 오는 날, 얼음이 얼면 투명한 얼음 위에서 물고기를 따라다니며, 잡는 것이 얼음 치기이다. 내 버킷리스트를 하려면 일 년에 한 번 첫얼음 얼 때가 적합한 날이다. 첫얼음이 얼면 언 얼음에 물고기 잡으러 올라가면 얼음이 깨지지 않고 물아래가 훤하게 보이는 날이다. 이런 날은 일 년에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없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두꺼워지거나 불투명하게 변해서 얼음 아래 물고기를 보이지 않거나 얼음을 깰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날을 일 년에 한 번은 오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그 시간을 맞추기는 힘들어서 하지 못했다.
올해는 시골에 돌아와 있으니까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가을에 벌써 필요한 작살과 도구를 만들어 놓고, 실제로 얼음만 얼기를 기다린 것이다.
얼음 치기 하기 좋은 날씨는 갑자기 깜짝 강추위가 삼사일 오면 최상인데, 올해는 영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낮에는 올라가고를 반복하니까 강에 얼음이 얼었다고 녹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바라던 깜짝 추위는 오지 않고 초겨울이 깊어 가는 것이다. 그래도 산이 높아 그 그림자 때문에 햇볕이 드는 시간이 적은 강에는 얼음이 녹지 않고 두께가 두꺼워져 가고 있었다. 그런 강도 늘 지나다니면서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한 번은 지나다 보니까 얼음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사람이 강 위에 던져 놓은 돌이 얼음을 깨지 못하고 얼음 위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얼음 위에 올라가 보니, 얼음이 꺼지지 않으면서 물밑이 훤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 찾아 넓은 강을 다녀 보았다. 그렇게 넓은 강에서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돌 속에 들어간 것인지 보이지 않아 그날은 그만두고, 다음날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다시 갔다. 보통 아침에 물고기들이 모여서 있고, 추우니까 그렇게 활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아침에도 물고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수달과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해마다 얼음 치기를 하는 노인이 왔다. 같이 오랫동안 얼음 위를 다녀 봤지만, 노인도 이렇게 물고기가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수달과 가마우지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아직 얼음이 얼지 않은 곳이 있으니까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며칠에 강추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기다리던 추위가 왔다. 저녁에 잠이 들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꿈도 꾸면서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 일어났다. 아직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얼음 치기 채비를 해서 강으로 갔다. 도착을 하니까 날이 밝았다. 조심스럽게 얼음 위로 올라갔다. 얼음이 꺼지지 않고 아래도 잘 보였다. 물속은 깨끗하고 수초들도 잘 자라고 있었다. 한 손에는 작살과 다른 손에는 나무망치를 들고 물고기를 찾아 얼음 위를 다녔다.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울리면서 다니는 것이다. 아마도 얼음 아래 있는 물고기들에게는 그 울림이 크게 위협적인 소리가 될 것이다. 한참을 찾아다니니까 큰 붕어 두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 것이다. 이제 따라가면 되는 것이고 그러면 붕어는 지쳐서 멈추어 설 것이다. 따라갔다. 붕어는 무척 빨랐다. 그래도 옛날에는 충분히 따라갔고, 아직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가다가 보니까 붕어는 빠르고 그 속도를 따라 가질 못했다. 눈마저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으니까 놓친 것이다. 이제는 동작도 느려지고 몸이 날렵하지도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붕어는 발견하면 거의 잡았다. 붕어는 조금만 따라가면 지쳐서 돌 옆이나 수초에 머리를 박고 서는 고기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고도 못 잡은 것이다. 붕어가 너무 빨랐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면 붕어가 수달이나 가마우지의 사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빨라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강한 천적들에게서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뒤로 한 번 더 그 붕어를 보았지만 역시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다시 붕어들은 보이지 않았다. 붕어 외에 피라미들이나 다른 물고기도 많았던 강에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물고기가 사라진 강 얼음 위를 한참이나 서성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첫얼음이 얼면 얼음 치기를 해서 물고기 잡는 것이 오랫동안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 옛날에 했던 즐거운 추억이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은 늘 고향의 겨울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이제는 환경이 변해서 얼음 치기도 추억으로 기억되어야 될 것 같다. 그래도 초겨울에 늘 하고 싶었던 작은 버킷리스트는 아직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다. 예전에 첫얼음이 어는 날에 고기를 잡아서 얼음 위에 던져 놓으면 얼음 위에서 급속 냉동이 되었다가 다시 집에 와서 물에 담그면 살아나던 물고기이다. 그렇게 많았던 물고기가 보이지 않으니까 얼음 위에 투명 텐트를 칠 일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다행히 연락은 하지 않았다. 올해도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가 된 것이다. 다시 물고기가 돌아오는 날까지 작은 버킷리스트는 미루어진 것이다.
올해는 나의 작은 버킷리스트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속에 간직하는 버킷리스트이다. 마음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오랫동안 즐겁고 아름다운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겨울에 텐트를 얼음 위에 쳤으면 내 마음속 작은 버킷리스트는 이룬 것이지만, 이루지 못한 아름다움 동심도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작은 버킷리스트는 아직도 마음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