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서

by 안종익


여러 가지 생각할 것도 많고, 인생의 1 막을 마무리한 입장에서 아직 2막에 대한 준비가 없어서 불안한 상태이고, 현재 심정은 이제까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헛산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가족 간에 갈등이 있어 힘든 시기이다.

그래서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진정한 나의 모습이 무엇일까도 생각하고, 내가 바라는 것이 무거운 것이면 내려놓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떠날 곳은 오래전에 들어본 적이 있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곳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떠나기로 했고 떠날 시간도 정해졌다. 급하게 정해진 것이지만 실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이런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곳은 동해안 해파랑길이다.

예전부터 은퇴 후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간다고 했고, 가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여의치 않아서 거리가 비슷한 동해안 해파랑길을 가는 것이다.

산티아고 길은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해서 예수의 제자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800Km의 기독교의 순례길이다. 종교인들의 성지순례길이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길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받기 위해 가는 길이다.

출발하면서 여러 생각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현재 중심을 못 잡고 헤매고 있는 모습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이제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자책과 후회 그리고 살아가고 싶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답이 있으면 찾고 싶은 심정에서 떠나는 것이다.


집을 떠나기 전의 심정을 편지로 적었다. 그러고는 떠나면서 그 편지를 내가 전하고 싶은 동생들에게 문자로 보내 주었다. 다음은 휴대폰을 끄고 집을 떠나왔다. 휴대폰을 끈 것은 진심으로 나를 돌아보는데, 현재의 모든 것과 끊어야 더 깊이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마음으로 집을 떠나왔다.

그동안 타고 다니던 차량도 나오면서 처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대중교통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려는 곳까지 교통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이동할 때마다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렸다. 그 시간 동안 정류소 대합실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루하다는 생가보다 모두가 부지런히 살고 있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목적지까지 오는 중간 정류장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별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간단하게 먹으려고 정류소 내에 있는 분식점에 들어갔다. 그동안 면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지만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길에는 옛 생각이 나기도 하고 해서 분식점에 들어간 것이다. 그 분식점에 짜장면이라는 메뉴가 출입문에 쓰여 있어서 끌린 것이다. 오랜만에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손님들은 거의 김밥 아니면 라면이라서 조심스럽게 주인아주머니에게 출입문에 붙어 있었지만, 짜장면이 되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물론이라고 말하면서 3천5백 원이며 선불이라고 했다. 그 값이면 상당히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래지 않아 짜장면이 나왔는데 량이 매우 적었다. 그런데 그 짜장면의 면이 보통 시중에 있는 가락국수 면발이고, 그 위에 짜장면 소스를 얻어 준 것이다. 값이 싼 이유가 있었지만, 맛은 마음에 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짜장면 맛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목적지 부산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옛날에 살았던 도시이니까 별로 낯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오늘 밤을 보낼 숙소를 예약을 해야 하는데, 미리 준비한 스마트폰 앱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예약이 되지 않았다. 앱에서 요구하는 데로 다 했는데도 결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로 뜨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직접 가서 숙소를 찾아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쑥스러워 주변에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려웠지만, 나이가 드니까 그런 마음이 들지 않고, 젊은이에게 내 폰을 주면서 앱의 회원 가입하는 방법과 숙소 예약하는 방법을 물었다. 내게는 그렇게 어렵게 힘들던 것이 젊은이들이 아주 쉽게 하는 것을 보고 세대 차이를 느낀다.


집을 떠날 때 핸드폰을 끈 상태로 지내다가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서 다시 켠 것이다. 숙소 예약이 끝나고 나니까 내가 아침에 보낸 편지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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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온 것이 나의 숙명이었지만 그래도 형제들에게는 같은 느낌이 조금이나마 공유될 줄 알았는데 휴대폰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무도 부재중 전화한 사람이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남을 의식하고 살았고, 동생들에게도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어떤 역할을 하면서 마음은 순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 평생을 애쓰고 살았다는 마음과 지금의 초라한 모습에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옛날에 어려웠던 것은 그렇게 감동적인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은 거의가 그렇게 어렵게 살았고, 단지 내 경우는 들으면 이야기가 되는 가족사였던 것이다. 그래도 같이 살아온 형제들은 동정이나 같은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나만의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강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그런 척하면서 살아온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번 여행이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고뇌하는 심각한 마음보다 기분전환으로 즐거운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또다시 진지해지면 남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별것 아닌 삶을 심각하게 사는 것보다 조용히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잠깐 동안 여러 생각이 교차되고, 이번 긴 길을 걸으면서 심각하게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하게 정리하고 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체력을 잘 안배해서 무리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동심으로 돌아가는 가벼운 길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그때 여동생 한 사람이 문자를 했다.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그 문자 하나에 다시 진지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읽혀진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마음도 자주 바뀌는 것 같다.

다시 이 여행이 나를 돌아보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처음 생각한 데로 먼 길을 홀로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때론 과거를 다시 상기하면서 진정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몸도 힘든 여정이지만 마음도 같이 고뇌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 밤이 지나면 오륙도 선착장에서 해파랑길 770킬로를 시작할 것이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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