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일 차

by 안종익


아침에 일어나니까 앞으로 가야 할 길 멀다는 생각과 완주해야 한다는 마음과 완주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교차하는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나갔다. 내가 준비한 방한 장구는 모두 착용하고 갔는데, 부산 날씨가 살던 곳보다 확실히 포근했다. 오늘은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일단 쓰고 있던 털모자부터 배낭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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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도착하니까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다는 무척 푸르게 보였고, 불어오는 해풍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해맞이 표지석 입구에서 멀리 바다를 보며 무사히 완주하기를 다짐하면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답답한 마음을 모두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계단이었다. 계단이 많을 것이 예상되니까 평지를 걷는 것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길은 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해파랑길 770Km는 어떤 길인지 아직 안갯속이다. 시작은 했지만 어떻게 끝이 날지 나도 확신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만, 완주해야 나를 돌아본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중간에 그만두면 나를 돌아보다가 그만둔 것과 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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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한 걷기는 산허리로 난 길을 따라서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는 산행이었다. 거의 등산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간간이 불어오는 해풍에는 갯내음이 났고, 산길 소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해운대의 높은 빌딩이 바다와 같이 잘 어울려져 보인다. 오륙도 해변의 해파랑길은 바다 바로 위에 길이 나 있어 바다와 산이 잘 조화 있게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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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의 산길이 끝나갈 무렵에 오른쪽 발가락이 아파지는 느낌이 왔다. 불과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 신호가 온 것이다. 일단 중간에서 발가락에 맞는 밴드를 붙였다. 혹시나 밴드를 붙이면 좋아질까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지만, 앞으로 먼 길을 가면 아픈 발가락은 꼭 아플 것이고 그리고 단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게 산길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르막도 있었지만 그래도 빨리 왔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았다. 한 시간에 겨우 3Km를 온 것이다. 생각한 것과 같이 만만한 해파랑길이 아닌 것이다.


산길이 끝나고 바다와 마주하게 되었다. 아직 광안리 해수욕장은 보이지 않는다. 산길에서 내려오니까 해파랑길 표시를 스티커로 붙여 놓은 곳도 있었지만, 분홍색 리본을 가로등이나 나무에 달아 놓아서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니까 저층의 대단위 아파트가 있었다. 그 옆 해안 도로는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도로인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이 아파트는 오래되어 보였지만 대단위이고, 바다와 접해 있어서 재건축하면 엄청나게 인기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았다. 이 아파트 옆길을 걸을 때까지 아직 걸을 만했다.


이 대단위 아파트를 돌아서니까 광안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보였다. 해파랑길은 도로를 따라서 분홍색 리본이 달려 있었지만, 해수욕장 모래 위를 걸어가고 싶었다. 그냥 백사장은 신발이 모래에 빠져서 불편하지만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지고 하는 모래 위는 아직 물기가 있어 신발이 빠지지 않고 신축성이 있어 걷기가 한결 좋았다. 광안리 백사장이 끝나고 민락 회 센터 쪽으로 돌아서니까 곧바로 분홍색 리본이 걸린 것이 보였다. 해파랑길을 찾기가 쉽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때까지 예상한 곳에 분홍색 리본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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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락동을 돌아서 수영교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 길은 잘 만들어져서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이 길을 계속 가다가 수영 2교에서 해운대 쪽으로 가야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분홍색 리본이 놓친 것이다. 그때는 내가 예상한 곳에서 리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잃은 것이다. 다시 돌아가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어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엉뚱한 산길이 가는 것이다.

이렇게 헤매다가 멀리 보이는 해운대 고층 건물 방향으로 산길을 내려오니까 큰 도로가 나왔다. 다시 해운대 높은 건물을 보면서 바로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넜다. 건너면서 무슨 다리인지 보니까 수영교였다. 수영 2교를 지나서 온 것이다. 수영교를 건너서 다시 수영 2교 쪽으로 갔다. 아마 4Km 이상 헤맨 것 같다.

그런데 수영 2교가 가까워지니까 분홍색 리본이 보였다. 그 리본이 멀리 가로등에 매여서 펄럭이는 것이 잘 보이지 않을 거리였지만, 보일 정도로 온통 머릿속에는 분홍색 리본을 찾았던 것이다.


수영만에 요트 정박장을 지날 때는 호화로운 요트들이 멋있어 보이고, 세상에 돈 많은 부자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돈 버는 재미가 그렇게 좋다는데, 나는 아직 그런 재미를 느껴보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런 비싼 요트가 끝없이 정박해 있고 간간이 이동하는 요트 위의 웃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였다. 눈에 보이는 행복은 돈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수영 요트장이 끝나자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나왔다. 여기서는 이름 있는 배우들을 사진을 거의 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내가 시작한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나온 길이 다 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상당히 먼 길을 온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거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온 길을 돌아보아서 그런지 발가락 아픈 것이 느껴진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하고서 오랫동안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아픈 발가락을 쉬게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하는 중이다. 해운대는 도로를 따라가면서 주변에 높은 빌딩을 구경하는 맛도 상당했다. 최근에 들어선 가장 높은 빌딩은 올려다 보기가 고개가 아플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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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은 아팠지만 미도항에 송정해수욕장까지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해파랑길은 오른쪽은 바다가 보이고 왼쪽은 기차가 가는 철길이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송정 해수욕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벌써 다섯 시간을 걸어가니까 발가락은 벌써 아팠지만, 이제부터는 배낭을 멘 어깨가 아파졌다. 배낭의 무게가 무거운 것이다. 배낭 속에는 내 마음속과 같이 별 필요 없는 물건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 와서 어떻게 버릴 수도 없고 무겁지만 매고 같이 가는 것이다.

걷는 모습은 힘이 없고 몸은 풀린 상태에서 그냥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몸과 같이 마음도 지칠 것 같다.

이렇게 몸이 힘들어지니까 내 속이 보이는 것 같다. 말로만 인간적으로 살겠다고 했지 실제는 욕심도 많았다. 성격도 급했고, 그렇게 급하게 살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별로 없으면서 주위 사람들만 힘들게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까 송정해수욕장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추위에도 물속에는 젊은이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다. 즐겁게 노는 모습과 서핑을 잘 되면 환호하는 웃음 속에 청춘이 보였다. 너무나 부러웠고 나는 젊어서 저렇게 즐겁게 살지 못했고, 남보다 잘 살려고 늘 정색하면서 살았던 것이 떠오르니까 후회스럽다. 다시 살라면 저 젊은이들처럼 즐겁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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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해수욕장이 끝나고 고개를 넘으니까 공수 해변로가 나왔다. 그 해변로 길은 바다가 맞대어 있는 마을 풍광이나 걷는 길로는 너무 좋았다. 한적하면서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여기 사는 사람들도 모두 여유 있는 듯하다.

다음은 해동용궁사이다.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니까 나도 모르게 저절로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해동용궁사 입구에는 이 사찰은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해파랑길 걷기 1일 차는 여기서 마치고 내일 다시 해동용궁사에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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