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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Oct 19. 2022

내 생애 첫 임시보호

갑작스러운 시작 


9월. 추석 연휴 다음날이었다. 


재택근무 중이었지만 거의 퇴근 시간에 가까워져서 노트북을 언제 끌지 고민하고 있을 때, 동생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나 강아지 임시보호할 거야. 퇴근하고 보호소 가는 중임.


응? 이렇게 갑자기? 이건 통보에 가까웠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냥 ‘알았다’고만 했다. 며칠 전 가볍게 싸운 터라 지금 따져 물었다가는 서로 감정만 상할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다시 강아지라니…….


딱 3년 전, 13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다시는 슬픈 결말을 보기 싫어 강아지를 키우지 말자고 결심했었다. 그저 귀엽기만 했던 강아지가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 노견이 되고, 병에 걸려서 힘들게 치료받다가 결국은 떠나버리는 과정. 떠나버리고 난 후에는 더 잘해주지 못해서, 더 함께하지 못해서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했던 시간. 이 모든 것을 다시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임.시.보.호.였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남. 평생 사랑해줄 가족을 만날 때까지만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고 부족함 없이 보살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 동생도 입양이 아닌 임시보호를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복선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유독 강아지를 좋아했던 동생은 최근 들어 부쩍 보호소 개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매일 저녁 포인핸드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며 버려진 개들을 안타까워하고, 때론 개를 학대하거나 방치한 주인들에게 분노했다. 


그러나 한 마리의 개를 우리의 삶으로 데려오는 일은 그저 동정심만으로 저지르기에는 엄청난 일이다. 오직 나에게만 의지하는 생명체에게 나의 시간과 자원을 선뜻 내어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보호해주고 양질의 식사와 물을 충분히 준비해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기적인 목욕과 미용으로 위생관리를 해주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건강관리를 해줘야 하는 의무도 있다. 또 매일 산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적절한 훈련으로 이웃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개의 일생 동안 변함없는 애정을 약속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이 변하지만 개는 죽을 때까지 주인을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내려면 마음만큼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간혹 개는 좋아하지만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이들이 대형견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딱 잘라 얘기해 준다. 


“개는 모든 게 몸무게별로 달라져. 미용도, 치료비도. 동물병원비 비싼 건 알지? 그럼 대형견은 어쩌겠어?”


질병의 종류는 달라도 개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아픈 일이 생긴다. 때론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칠 수도 있다. 병원비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결말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잠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강아지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집안을 빠르게 스캔하면서 강아지가 물어뜯을 만한 것, 주워 먹을 만한 것들이 있는지 살폈다. 멀티탭이나 전선은 보이지 않게 감추고, 발매트도 미리 치웠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과는 당분간 작별이다. 개가 있으면 당연히 더러워지거나 어질러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치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내려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들이 뭔지 꼽아 보다가 당장 사료와 배변패드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때쯤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임시보호에 관심이 있다면?

포인핸드 어플이나 인스타그램 #임시보호 태그를 검색하면 도움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을 만날 수 있다. 충분히 생각하고 함께 사는 가족들과 의논한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입양처를 찾을 때까지 최소 3개월은 보호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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