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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Oct 19. 2022

뜻밖의 이별

입양이 결정됐다


우리나라가 가진 불명예 기록 중 하나는 해외 입양에 대한 것이다. 6.25 이후 90년대까지 고아 수출 국가 1위의 자리를 지켰고, 최근까지도 우리나라는 그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비슷한 일이 유기견 입양에서도 벌어진다. 보호소에서 구조가 되더라도 선호되는 품종이 아니거나,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있거나, 크기가 크면 국내에서 입양되기 힘들다.


보리와 바비는 크기도 작고 생김새도 예뻐서 당연히 국내 입양이 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두 마리가 한집으로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보호자들끼리 연락을 해서 만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었다. 임시보호로 시작했지만 이 아이들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시작하던 참이기도 했다.


“LA로 간대. 둘이 한집으로.”

구조자님의 연락을 받은 동생이 말했다.


LA까지 가는 것도 놀랍고, 둘이 함께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도 놀라웠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빨리 입양이 결정될 줄 몰랐기에 우리는 기쁘면서도 허탈했다. 2주 후로 정해진 출국 날짜까지 듣고 나니 진짜 이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하지만 아쉬워할 새가 없었다. 출국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가는 날까지는 두 마리가 즐겁게 머물다 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


우리는 보리와 바비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에 이별이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회사 일 때문에 출국하는 날 공항에 가지 못하고 펫택시에 태워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입양자님이 찍어준 사진 속의 보리, 바비는 마침내 제집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너른 뒷마당에서 마음껏 뛰노는 영상을 보니 우리의 임시보호를 통해 두 마리가 확실한 행복을 찾은 것 같아 뿌듯했다.


보리와 바비가 우리집에 머물다 간 건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적막한 집이 낯설었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총총거리며 보리, 바비가 뛰어나올 것 같았다. 둘의 흔적은 물건에도 있었다. 아직 반도 먹지 못한 사료부터, 배변패드, 하네스까지 짧은 기간 동안 용품이 꽤 늘어났다.


급하게 끝난 첫 임시보호가 아쉬웠는지 동생은 두 번째 임시보호를 수락했다. 이미 4개월째 임시보호 중인데 다음 임보처를 찾고 있는 아이였다. 열흘만 있으면 또 새로운 만남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임시보호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7개월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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