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유공간 '대방누리마루', 공유공간기획자 편
지난 6월 30일, 대방동 마을활력소 '대방누리마루'의 개장식이 열렸습니다. 2017년 7월에 시작해 꼬박 1년 만입니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대방동 주민, 공무원, 참여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가 합심해 대방동 마을활력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방동은 BLANK가 정주하고 있는 상도동에 딱 붙어 있어, 같은 생활권 내 한 동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BLANK는 대방동에 마을활력소가 조성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까운 이웃으로서 손 보태고 싶었습니다. 대방동 마을활력소를 탐내던 쟁쟁한 참여 전문가들을 제치고 BLANK가 대방동 마을활력소 공유공간기획과 사회적건축 분야 참여 전문가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3기 마을활력소는 운영 방안과 운영 주체에 따라 공간 설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선 운영방안 수립, 후 공간설계'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방동 마을활력소 공유공간기획 워크숍을 통해 주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민관참여단이 자율운영방안을 수립하고, 운영 주체를 발굴하였습니다. 더불어 민관참여단이 워크숍에서 도출된 마을활력소 운영방향과 주요 예상 운영 프로그램에 따라 적합한 공간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민관참여단이 제안된 공간 구성을 바탕으로 사회적건축가가 심화, 발전시켜 대방동 마을활력소 공간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더 알아보기 / 대방동 마을활력소 공간설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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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주민센터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게 접하는 동네 공공기관이자 풀뿌리 공공공간입니다. 동 주민센터는 대부분 지리적으로 동네 어디서든 찾기 용이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동 주민센터가 자리 잡은 주변 환경을 통해 그 동네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2기 마을활력소로 조성 작업에 참여했던 독산1동 마을활력소는 8차선 대로변의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상공업이 발달한 독산1동의 환경적 특성을 동 주민센터의 위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독산1동 주민센터와 다르게 대방동 주민센터는 한적한 분위기의 용마산 자락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아파트와 다세대 밀집 주거지역인 대방동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첫 대방동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푸른 녹음과 새소리로 가득 찬 주변 환경이 인상적이었데요. 평화로운 주변 환경 속에 들어 설 주민들의 공유공간 마을활력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본격적인 마을활력소 공유공간기획 워크숍에 앞 서, 주민, 동 공무원으로 구성된 마을활력소 민관참여단이 BLANK가 자리 잡고 있는 옆 동네 상도동에 방문했습니다. 바로 붙어 있는 동네다 보니, 어떤 분은 걸어서, 어떤 분은 마을버스를 타고 상도동을 찾았습니다. 먼저 BLANK의 동네 공유작업실인 청춘캠프를 둘러보고, 동네 공유부엌인 '청춘플랫폼'에서 점심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또한 BLANK의 가까운 이웃 독립서점인 '대륙서점'도 둘러보며, 동네 공간들이 한 집의 방처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습니다. 탐방을 통해 대방동 마을활력소도 상도동의 공유공간들처럼 대방동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유공간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공유공간에 대한 개념은 세대, 거주 환경, 성별, 직업 등 환경 요인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농촌생활을 경험한 시니어 세대는 마을 입구의 정자가, 도시에서 자란 젊은 청년들은 스타벅스 같은 카페 공간이 익숙한 공유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방동의 공유공간 '마을활력소'를 이야기하기 전에, 개인마다 인상적이었던 공유공간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를 알리고 상대방의 경험을 알아가면서 우리 모두가 원하는 공유공간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경험한 공유공간은 각각 달랐지만, 대방동 마을활력소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울리는 공간, 함께 문화/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한국에 처음 와 본 외국인들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재밌게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요.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에게는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민관참여단에게는 익숙한 공간인 동 주민센터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기록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접근할 일이 없었던 지하 예비군 동대본부부터 항상 문이 잠겨 있던 옥상까지 동 주민센터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유휴공간을 찾아봤습니다.
실제 마을활력소가 조성된다면 적합한 공간이 어디인지 꼼꼼히 기록하고, 기업 환경 분석 방법론인 SWOT 분석을 변형하여 적합한 공간 성격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도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대방동 마을활력소의 공간 개선 범위와 공간 성격(콘셉트)을 설정했습니다.
*공간 개선 범위
- 지하 1층 일대 마을활력소 조성 결정
- 지하 1층 예비군 동대본부<->2층 마을문고 위치 변경
*대방동 주민센터 SWOT 분석
- 공간 콘셉트 : 어린이, 청(소)년, 엄마, 시니어 등 다양한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
*세부 공간 구성
- 유연한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 : 공유부엌, 다목적공간(북카페/갤러리), 어린이/청소년 놀이터
- 특색 있는 목적 공간 : 스터디룸, 코인노래방, 공유물품대여소
앞 선 워크숍에서 대방동 마을활력소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대방동 마을활력소에서 함께 하면 좋을 '프로그램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상상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마을활력소 공간 콘셉트, 세부 공간 구성에 참고하여 함께하면 좋을 프로그램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각자 제안한 프로그램을 함께 공유하고 우선적으로 함께 하면 좋을 프로그램에 투표로 우선순위 리스트도 만들어 봤습니다.
마을활력소에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과 활동은 많지만 공간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마을활력소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고민해 봤습니다. 앞 선 워크숍을 통해 제안된 마을활력소 프로그램 아이디어 리스트를 참고하여, 효율적으로 운영 가능한 공간의 우선순위를 평면에 표현해 봤습니다.
조별 공간 볼륨 설정 워크숍 결과 문화, 교육, 북카페 등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공간과 동직원 식당, 요리 관련 프로그램으로 공간 활용 가능한 공유부엌이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했습니다.
다음에는 볼륨으로 우선순위를 정한 세부 공간을 예상되는 주민 동선을 고려해 실제 도면 위에 배치해 봤습니다. 우선순위가 높았던 다목적공간은 마을활력소의 로비로써, 다양한 활동이 유연하게 열릴 수 있도록 폴딩도어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공유부엌은 기존 동직원 식당이 있던 자리에 배치하고, 동대본부의 창고로 활용되던 공간을 커뮤니티실과 공유물품대여소로 배치했습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간단한 탕비 시설을 갖춘 미니카페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공간 디자인, 설계 부분은 사회적 건축가가 맡아 진행합니다. 사회적건축가는 공유공간기획 워크숍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민관참여단이 결정한 사안들을 어떻게 공간 설계에 반영할지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민관참여단의 의견이 사회적건축가에게 전달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직관적인 이미지 언어로 표현하는 꼴라쥬&지점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꼴라쥬는 각양각색의 것을 발라 붙이는 기법으로 사진, 인쇄물을 합하여 붙이고 우연의 효과로 비유와 상징을 나타나게 하면서 연상(상상) 유도하는 기법입니다. 실제 공간 도면 위에 대방동 마을활력소에 적용하면 좋을 가구, 조명, 전자기기 등 공유공간 물품 사례 이미지 골라 붙이고, 사례 이미지가 없다면 지점토로 3D 축소 시제품을 만들어 표현했습니다. 사람마다 예쁘고 좋은 것의 기준은 주관적입니다. 심미적 취향에 따라 이미지를 고르지 않도록 마을활력소에 '왜 이 물품이 필요한지' 간단하게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꼴라쥬&지점토 워크숍 주요 아이디어
- 공유부엌 : 동직원 식당으로 활용 가능한 영업용 조리시설과 주민워크숍이 가능한 아일랜드 식탁
- 다목적공간(북카페) : 편안한 의자와 계단식 벤치, 참여 인원에 따라 사용 가능한 가변형 책상
- 커뮤니티실 : 다목적공간(북카페)과 확장 사용을 염두에 둔 폴딩도어
공감워크숍에서 마을활력소 공간 구성과 프로그램을 주로 논의하며 얼개를 짰다면, 이제부터는 운영을 고민하며 살을 붙이는 운영소모임 워크숍이 남았습니다. 앞 선 공감워크숍에는 참여한 민관참여단은 대방동 주민을 대표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이었지만, 운영소모임 워크숍에 참여하는 예비운영진은 '내가 어떻게 마을활력소를 운영할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합니다. 예비운영진은 대방동 마을활력소가 주민 중심 자율운영이 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역할입니다. 대방동 마을활력소의 운영규약, 운영매뉴얼, 운영조직 등 전반적인 운영방안을 수립하고, 마을활력소 이름도 제안했습니다. 마을활력소의 운영진은 운영자 역할만 하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쓰는 공유공간인 마을활력소는 운영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옅습니다. 예비운영진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해야 하는 일도 하는' 생경한 분위기의 공유공간 마을활력소가 대방동에 자리 잡는데 선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BLANK는 상도동에서 동네 공유공간 청춘플랫폼과 동네 공유사무실 청춘캠프, 동네 생활공간 청춘파크 등 3개 공유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마을활력소, 청년공간 등 공유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꽤 많은 일을 해왔지만, 공유공간 프로젝트는 늘 어렵습니다. 공유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이 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유공간기획에서 사람마다 다양한 욕구를 담으면서도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공간 구성과 운영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힘을 쏟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공간과 운영시스템을 잘 만들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다 보니, 실제 운영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많은 변수를 맞닥뜨립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행착오를 수정, 보완하는 건 사람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활력소와 같은 공유공간은 운영하는 사람이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활력소는 아직까지 주민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공간입니다. 운영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둥글게 둘러 앉아 난감함을 나누는 것이 마을활력소 운영의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방동 주민 모두가 주인이자 이용자인 공간, ‘대방누리마루’가 대방동 주민 모두의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
프로젝트명 대방동 마을활력소 '대방누리마루' 공유공간기획 용역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44길 20 대방동 주민센터
기간 2017년 8월 ~ 2018년 1월
워크숍 총 13회(공감워크숍 6회, 운영소모임 워크숍 4회, 사례탐방 2회, 중간공유회 1회)
기획 BLANK
공유공간기획자 김세중 매니저, 김수연 매니저
사회적건축가 손희경 디자이너, 김지은 디자이너, 고건수 디자이너, 강현구 디자이너
글 김세중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