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N 잡러를 꿈꿨다. 다들 요즘 N잡러시대라서 나도 한번 같이 줄 서서 걸어보자라는 시작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둘 다 회사원으로 아침에 출근하면 저녁에 만나 저녁 한 끼 함께하고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것도 얼마 전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혼초에는 결혼을 하고서 평일 저녁도 함께 먹기 어려웠다. 돈이 나를 버는 건지 내가 돈을 버는 건지 우리는 회사에 고용되어 나의 인생을 저당 잡히고 소중한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내고 있었다.
둘 다 놀고 싶은데 돈은 누가 벌지? 우린 둘 다 놀고 싶었고, 일을 하며 돈을 벌어올 사람은 우리 둘 중에 아무도 없었다. 데칼코마니처럼. 그 안에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은 마음도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학원 연구실 동생을 만났는데 블로그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거 어려운 거 아니냐며 겁을 냈지만 그날이 나의 기록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MPTI는 ENTJ 대담한 통솔자, 계획형 93%다. 폴더 별로 날짜에 주제별로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외장하드에는 폴더별로 정리된 여행사진들이 가득하다. 그것부터 블로그에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