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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nkplayground Jun 06. 2023

대가족 여행

얼마 전 스무 명이 함께 버스를 빌려
대가족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 댁 형제들은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시고 종종
온 가족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데

어릴 적부터 함께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익숙한 어른들의 자녀인 우리들은
이런 기회가 오면 무조건 참석하려고 한다.
(자식, 며느리, 사위도 원하면 모두 고고!)

한 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식당을
알아보는 건 쉽지는 않지만
주변 맛집을 탐색하고 만족하는 가족들의
표정을 감상하는 일은 퍽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 여행도 나는 '찍사'다.
(찍사가 사진사의 방언(강원)이라니!)
이번에 처음 참석한 올케는 어른들 더우실까 봐
양산을 색깔별로 준비해 한 분씩 나눠드렸고,
세심한 배려와 마음이 이쁘다며 다들 감동하셨다.

각자 좋아하는 일을 담당자로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는 보물 찾기와 게임과 함께
푸짐한 상품도 준비해 오셨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보물찾기 번호를
엄마는 4개나 찾았고, 나에게도 하나가 넘어와
양말세트를 받았다.
그리고 엄마는 서리태를 잔뜩 받아 가셨다.

앞사람이 제시어를 보고 3초 안에 그림을
그리면 뒤이어 그림을 완성하는 게임을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제시어가 안 보인다는 큰아버지,
아빠는 선풍기 그림에 코드를 더해 그림을 완성했다.

돌아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으며
고모부께서 앞으로의 우리의 여행을
이야기하셨다. 나이가 70인데
85까지 여행 다니려면 15년밖에 안 남았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많은 생각이 교차함을 느꼈다.

늦은 저녁 숙소로 걸어가는 길
우리는 명절에 할머니 댁을 가는 느낌으로
모두 하하 호호 즐겁게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참석한 제부가
놓친 봉지에 있던 맥주캔이 구멍이 나면서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멋진 분수쇼를 만들어냈다.

어르신들 단톡방에 초대를 받아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을 올려드리고
모두가 말한다.
"이번 여행도 즐거웠다고"
수고해 주신 가족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그리고 다음 여행에도 참석합니다!

대가족 여행은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가는데도 싸움이 난적이 한 번도 없다.
대가족여행을 위해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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