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고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바로 시간이 날 때마다 브런치 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공감을 해주니 혼자 쓸 때보다는 확실히 재미가 더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브런치에 쓴 작가 소개글이 썩 마음에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와 소개글을 읽고 또 읽는 중이다.
물론 글자 몇 자로 한 사람을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 소개글을 그렇게 마음에 들게 적어본 적이 없다. 고백하자면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내가 나인 것이 마음에 드는 소개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20대 때 으레 이력서를 작성할 때마다 내 이력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좋아하는 취미도 없고 잘하는 특기도 없는데 꼭 취미나 특기, 수상경력 따위를 적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럴싸한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서 한두 달 잠깐 배웠던 한국무용을 적어내거나 가끔 들었던 라디오 듣기로 나를 포장해버렸다. 또 두 번 나가본 마라톤 대회 중 한 곳에서 수상을 했던 이력을 적어냈다. 여성 부분 4위를 했었는데 워낙 소규모의 마라톤대회였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어찌 됐든 상을 받았기에 그렇게 수상 부문을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 그렇다 보니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낯선 이력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잘하는 특기나 좋아하는 취미 하나 없었던 내가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피아노 연주라는 멋진 취미를 갖게 되었다. 비틀스 음악을 연주하고 쇼팽의 녹턴을 연습하며 10년 후에는 멋진 재즈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도 어렸을 때 피아노를 계속 배웠더라면’, ‘남들처럼 어렸을 때 이것저것 배웠었더라면..’ 이런 생각만 하며 살았었다. 정작 지금 당장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천하지 않은 채 말이다. 악기를 배우고 싶으면 배우면 되는 것이었고, 여행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되는데 늘 생각만 하고 이런저런 불평만 하면서 애써 모른척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생각만 하던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하면 된다는 논리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면 된다’ 이 얼마나 단순한 말인가. 참 어렵게 아니 모르고 살았구나 싶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만 하다 혼자 상상 속에서 끝내버리고 싶지 않다. 피아노를 배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렇게 실천하면서 하나씩 이루며 살고 싶다. 그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면 되는 거다. 늘 그렇듯 언제나 실천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