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쓰기
늦은 오후, 나는 잃어버린 여름에 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가 나가버린 빈 사무실에서 나 혼자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에 그랬을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전등을 꺼버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 홀로 서서 희미한 빛에 일렁이는 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아, 그림자의 오른손을 잡고 나는 춤을 추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발끝에 힘을 주고 잃어버린 시간의 그림자와 함께 돌고 돌았다.
나는 생각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여름의 얼굴을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 매달린 여름의 목소리를 따라 춤을 멈추었다.
어느새 밤이 되어 버린 서울의 여름은 빗물로 적신 채 나를 마주했다.
그 희미한 달빛이란.
그 가녀린 별빛이란.
밤이 나에게 속삭였다.
달 아래에서 우리의 꿈이 사라졌다고.
이제와 잃어버린 시간을 회상해 보니, 새벽의 첫 숨결이 뜨겁게 차가운 얼굴을 들이밀던 곳이 기억났다.
고요한 아침의 빛이 있고 어둠 속에서도 별빛과 달빛이 인도하는 길이 있던 곳.
우리의 미래가 있던 곳으로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붉게 타오르는 뱀이 얼굴에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