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도 요가합니다 시즌 2
24.01.05.
3. 이번 주에 쉼표를 붙이며
눈을 감았다 뜨면 시간이 흘러가버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게 타임머신이든 리모컨이든 혹은, 정신질환 때문이든 말이다.
이번 주를 생각하면, 시간이 번쩍하고 지나간 것만 같다.
그 시간 동안 했던 고민과 사건, 온갖 서류들이 억지로 짜내지 않으면 기억조차 없다.
이렇게 지나버리면 의미 없는 것들을 위하여 일주일을 살았던가.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허무한 것들로 성을 쌓으며 의미를 찾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퇴근을 한 후에 참고서를 펼치고 공부를 하고 50분이 지나면 요가원으로 향한다.
7시 20분 수업을 들어야 하니 시간을 계산하여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오늘을 돌아봤을 때 이런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을까.
단 10분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일이 기억이나 날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오늘과 같은 하루가 만 번 쌓이면 지금보다 만 배 나은 미래가 나를 기다릴 거라고 말이다.
누군가 알려주는 건 한계가 있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여 내가 배워야 할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실천에 옮겨야만 실체에 가까워진다.
수천 만 번 하는 생각이 아니라 한 번 행동하는 것이 쌓여 나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이자 불변의 진실이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같은 아사나를 반복하며 동일한 호흡 기전으로 수련한다.
고요한 명상으로 생각을 버리고 그저 나를 찾는다.
찾아내는 동안 나와 세상이 일체가 된다면 그게 바로 깨달음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으나 그것은 너무나 원대한 꿈이다.
수행하는 티베트의 승려들도 그 이치에 다가가기 버겁다.
따라서 나는 아사나를 통해 움직이며 나를 버린다.
하루 동안 쌓인 나를 버려야 다른 것들을 채울 수 있다.
깨달음은 멀지만 나를 버리는 일은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싱잉볼 요가를 즐겁게 선택한 것이다.
이틀 동안 아쉬탕가와 코어 강화 요가를 했더니 드디어 근육통이 찾아왔다.
나와 아내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근육통이야 말로, 운동을 제대로 했다는 방증이라고.
그래서 근육통이 반가웠다.
그리고 계획대로 되어서 뿌듯했다.
이틀 동안 제대로 수련하고 삼일 째 명상과 힐링요가로 근육을 풀어주면 얼마나 좋은가!
오늘 요가를 하는 동안 나는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오직 선생님의 지시에 따를 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어둠에 나를 맡겼다.
그저 호흡하고 단전에 집중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았다.
귀가하여 을왕리로 드라이브를 떠나며, 나는 아내에게 온몸이 잘 늘어났는지 저릿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건 아픔이 아닌 반갑다는 표현이었다.
나의 몸이 계획대로 반응해주고 있다는 기쁨이었다.
당장, 주말부터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경력 강화에 들어서니 몇 가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회사, 공부, 경력 강화.
많은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다행이기만 하다.
그래서, 이번 주에 붙인 쉼표는 귀중하였다.
호흡으로 꾹꾹 눌러 담은 쉼표를 잘 찍어 언젠가 마침표를 힘입게 붙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