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 날, 여름캠프에서 만난 두 남녀 주인공은 스쳐가는 인연처럼 눕혀져 있는 통나무에 앉아 약속이나 한 듯 잠시 자신들의 삶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 다시 헤어진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대학생이 된 그들은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남자 주인공 아담은 갑작스레 여자 주인공 메리에게 맘에 든다고 고백을 하지만, 메리는 자신을 잘 모르지 않냐 하며 정말 자신이 좋으면 다음날 있는 아버지 장례식에 같이 가달라고 한다. 아담은 흔쾌히 수락을 하고 장례식에 참석을 하는데, 메리는 장례식이 끝난 뒤 배웅을 하며 자신을 다시는 찾지 말아달라고 한다. 시간은 또 흘러 메리는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아담은 영화 감독을 준비하며 각자 삶을 바쁘게 살다 다시 마주친다. 아담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메리는 그런 아담을 보며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 뒤로도 그들은 여러차례 우연히 만나며 점차 가까워지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싫어하던 메리의 마음이 점차 열리더니 끝내 사귀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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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그런 아담을 보며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메리가 느꼈던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던 당시에 그 감정을 나는 미련이라고 생각했다. 이루어진 적 없는 그 사랑을 놓친 것에 대한 미련인 셈이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다시 돌려봤을 때 그 반응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메리가 미련이 담겨있는 행동들을 아담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로 아담에게 취했을 때 아담이 그 행동에 대해 호의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둘의 관계에 진전이 있었을 때, 메리는 한순간에 다시 돌아서며 아담과의 관계를 부정한다. 자신이 누군가와 연인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이 스스로를 가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담은 그 이유를 묻지만, 메리는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영화 후반부에 지인의 결혼식을 가던 차 안에서 메리가 자신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먼저 죽었을 때 담담한 척하는 메리를 보며 메리가 장녀로서 슬퍼하는 자신을 위해 애써 감정을 숨기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메리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를 해준다. 어머니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은 메리는 자신의 감정을 앞으로는 솔직하게 마주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불안정하더라도 아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아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메리가 아담과의 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유가 오직 아버지의 죽음에서 느낀 관계의 불확실성은 아닐 것이다. 자신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강해야 하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그 마음의 무게를 가중하는데 분명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영화 극초반에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났을 때의 대화를 들어보면 메리의 담대하고 거침없는 성격은 천부적인 성향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이 그 성격의 방향성을 보다 많은 책임을 감당하는데 노력하는 쪽으로 이끌어준 것이라고 보는게 맞다. 메리의 성격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성격이 변해간 과정을 논하기 위함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스스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연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해석해보기 위함이다.
메리에게 아담이 좋아한다는 말을 처음 했을 때, 메리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냐고 묻는다. 우선 의심이 가득한 질문임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오직 겉모습을 보고 자신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도 그렇다. (물론 그런 적은 없지만ㅋㅋ). 메리가 아담에게 자신을 잘 모르지 않냐며 왜 좋아하는지 물어봤을 때 아담은 그냥이라고 답을 한다.
그냥이라는 말안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냥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둘의 관계는 정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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