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어른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매일의 나를 이끌고 있는 건
지금의 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중에 마음이 흔들리고,
아이가 다가올 때 예민해지고,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나.
그 안에는 지금의 내가 아닌,
아직도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아이가 있었다.
멈춰진 시간을 다시 살아내는 일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 존 브래드쇼는 말한다.
“내면아이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 발달단계의 미해결 과제를 다시 돌아가 마무리 짓는 작업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그때,
마음껏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 시절.
다시 돌아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
여전히 그 자리에
어린 시절에 충족되지 못한 감정은
어른이 된 지금도
'아이의 방식'으로 우리 삶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소한 말에 과도하게 상처받거나,
혼자라고 느끼면 분노하거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집착으로 바뀔 때—
그건 우리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아이의 방식'으로 사랑을 구하는 것이다.
발달단계의 힘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 발달의 여정을
네 개의 자아 힘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희망, 의지, 목적, 능력이다.
ㆍ희망
어린아이가 양육자를 믿고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생긴다.
"넌 괜찮아, 내가 널 지켜줄게."
ㆍ의지
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며
수치심이나 억압 대신 자율성을 얻을 때 자라난다.
"네가 해봐도 돼, 나는 널 믿어."
ㆍ목적
학령기 이전,
자발적으로 시도해보고
죄책감 없이 경험을 받아들일 때 자란다.
"괜찮아, 틀려도 돼. 넌 멋진 시도를 한 거야."
ㆍ능력
무언가를 성취하고
"와, 네가 해냈구나!"라는 말을 들으며
열등감 대신 근면성을 키우는 시기다.
나는 지금,
이 중 어디에서 멈춰 있었을까?
아직도 희망을 배우지 못해
세상과 사람을 불신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자율성을 억압당한 채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하는 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치유되지 않는다
내면아이 치유의 길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머리에만 머무르는 것'이다.
공부하고, 분석하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지만
정작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존 브래드쇼는 말한다.
"성인 아이들은 '천국'에 들어가기보다
'천국에 대한 강의실' 앞에 줄을 선다.
지금 나는 그 문 앞에 서 있다.
더는 설명이 아닌, 체험으로 나아가고 싶다.
나를 꺼내 안아주는 연습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여정은
극적인 변화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건 하루하루를
더 정직하게 살아내는 과정이다.
가끔은 울고,
때로는 토라지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아이를 버려두지 않겠다는 것까지도.
혹시,
당신 안에도
아직 말을 걸지 못한 작은 아이가 있다면
이 여정이 함께 걷는 길이 되기를.
이 글은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기반으로
저자의 이론을 내 삶에 적용하며 기록하는 연재 시리즈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