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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작가

추적추적. 부슬부슬. 보슬보슬. 쏴쏴. 후드득. 비 내리는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들이다. 이 표현만으로 비가 내리는 날씨나 계절이나 그때의 분위기, 온도, 기분 등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비'는 알림이다. 봄에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여름에는 무더위의 시작을, 가을에는 모든 것의 수확과 사라짐을, 겨울에는 차가운 계절의 급해지는 속도를 알려주는 알림.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슬픈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하늘이 나 대신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도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과 비슷해서 사람들은 비가 오면 괜스레 울적해지는 게 아닐까.

이런 날에 어울리는 음식은 부침개. 김치 부침개든, 해물파전이든, 오징어 부추전이든, 감자전이든, 애호박전이든 상관없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글지글 겉부터 익어가는 부침개의 냄새는, 눅눅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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