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시 2
생년월일
이장욱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내가 태어난 건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십이년 뒤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십이년 전의 그날이 먼 후일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일이 찾아오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인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추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근래에 발견한 가장 맘에 드는, 그리고 가장 관심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이장욱 시인을 들고 싶다.
그의 시는 얼핏 보면 난해하다. 알 수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시의 초입을 지나 중반을 너머, 결론을 다 읽은 후에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것이 시의 매력이니까.
동네 도서관에서 시집 <<생년월일>>의 제목을 보고 처음 책을 빼어 들었을 때, 어쩌면 그때부터 이장욱 시인의 세계에 매료됐던 것 같다.
위에 실은 본문은, 시집에 인쇄된 형태 그대로를 따르려고 나름 노력했다. 그래서 띄어쓰기가 맞지 않아 보여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당신의 생년월일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며 시를 읽어 본다. 누구에게나 태어난 년도와 달과 일이 있다. 그때를 기준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되는 엄청나게 놀라운 역사가 사실은 생년월일이다. 이전과 이후가 다른. 창조 이래 자신의 생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닐까? 그의 탄생으로 B.C와 A.D로 세계의 시간이 정리되고 구분됐다.
이 시에서 말하는 자동차, 수평선, 십 이년 전이라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파헤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를 해석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 그냥 자기가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한 대로 해석하고 가슴 깊이 뭔가 저릿한 감동이 있다면, 평생을 간직하고 싶고 눈물이 날 것 같다면 그게 제대로 해석한 거다.
확실히 생년월일은 누군가의 탄생 그리고 시작을 의미하지만, 본문을 보면 '고개를 떨어뜨리고 죽어가는 노인'과 '처음으로 입을 맞추는 연인'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이제는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자른다고 한다. 곧 이어지는 절벽 밖으로 반이나 몸을 뺀 사고 난 자동차...
누군가가 태어나면, 누군가는 죽는 법. 그것은 자연의 이치고, 사람이 살아가는 절대 법칙이자 원리.
이 세상에 태어난 기쁨과 환희도, 다가 올 죽음을 생각하면 영원하지 않을 감정들. 그러니 속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되 미리 짐작해서 염려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죽음도 겸손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