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마움
오미크론 확산세가 너무너무 빨라서, 회사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 건물이 동관, 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만 3천여 명. 그렇기 때문에 이제 재택근무는 어느 정도 일상이 되었다.
설 연휴 전에 써야 하는 연차가 남아서 휴가를 냈었는데, 수석님께서 연휴 이후의 이틀을 다 재택근무로 돌리셨다고 한다. 내가 휴가를 낸 날, 전체 메신저로 급히. 갑자기 정해진 것이었기 때문에 소식을 듣지 못했던 나는 재택근무였다는 것을 모르고 혼자 출근을 했다. 어쩐지... 8시가 되고, 8시 5분이 되고, 8시 10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더라. 그제야 느낌이 싸해서 같이 일하는 작가님께 메신저로 물어봤더니, 전체 재택근무였다는 것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 덩그러니 있었다ㅎㅎ
신기한 것은, 조금도 불평이 나오지 않았고 자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바보같이 이게 뭐냐, 왜 아무도 나에게 재택근무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나 원망도 했을 법 한데 말이다. 코로나 시대를 통해, 이제 출근보다 재택이 일상이 되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하고 재밌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얼마 전에,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남 탓하지 말고 내 잘못을 먼저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행동하자고 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것이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감사와 긍정의 힘은 위대하다.
사실 오전만 오프라인으로 근무를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 오후에는 재택을 하려고 했다. 수석님께 나의 이런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이왕 출근한 거 그냥 사무실에 있으면서 마케팅팀 직원들 오면 인사라도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집 지키는 강아지처럼 혼자 사무실을 지켰다. 왈왈!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 원래 있어야 할 각자의 자리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 늘 보던 얼굴들이라 사실 그동안 감흥이 많이 없었는데(?) 오늘은 보고 싶기까지 한 놀라운 경험도 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혹시 지금 꼴도 보기 싫은 직장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저와 같은 경험을 꼭 한 번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새 프로젝트는 연휴 이후 돌아오는 첫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모처럼 여유가 생긴 상태였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작가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쓴 구성안들을 찾아보면서 배우고 공부도 했다. 연휴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해서 더더더 피곤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엎드려서 잘까? 하고 5초 동안 고민도 했다. 하지만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성실하고 착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기로 다짐했으므로, 나의 양심이 보고 있으므로, 졸지 않으려고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왔다 갔다 혼자 꽤 많은 애를 썼다는 사실.
그동안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늘 보던 얼굴들이라서 잘 몰랐는데, 혼자 있어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겠더라.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그나마 같은 길에 서서 의지하고 도와주며 함께 가는 동료들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오늘의 감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