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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Jul 11. 2020

아파도 웃을 수 있는 용기

우리 함께 응원하며 이겨내 보아요

아파도 웃을 수 있는 용기.        

웃는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프다고 울고만 있을 수 없어 웃기로 했다.

그때부터 나의 삶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가 길게 느껴졌다. 편하게 마음먹자 다짐했지만 심장이 마구 요동친다. 부모님은 나의 손을 잡고 걱정 말라며 위로해 주신다. 길고 긴 수술이 드디어 끝났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맘처럼 호흡이 따라주지 않는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 복부에는 큰 호스 2개가 연결되어 있어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부모님은 회복실에 누워있는 나의 뺨을 톡톡 치며 연신 부르신다. “잠들면 안 돼. 일어나 00야.” 그 옆에서 고모는 울고 계신다. ‘저 괜찮아요...’ 입으로만 맴돌 뿐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폐 혈종(신체 내부에서 발생한 출혈로 혈액이 한 곳에 고여 형성된 혈액 덩어리) 제거 수술을 했다. 폐와 갈비뼈 사이 숨통을 조이고 있던 혈액 덩어리. 크기가 꽤 큰 혈종이다. 등 일부를 35cm 절개했다. 그 후 또 한 번의 작을 수술. 나의 몸 이력서에 수술 훈장 2개가 남았다. 두 번의 수술 후유증이었을까? 현재 난치성 질환 섬유근육통 (근육, 관절,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에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증후군) 투병 중이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미로 같은 동대문 새벽시장을 돌고 있다. ‘어떤 옷을 구입해야 하지?’ 현기증이 난다. 야식으로 먹었던 국수가 체한 것 같다. 화장실로 달려가 내 위장에 있는 물까지 쏟아냈다.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잃고,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든 장사.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냉혹한 현실 앞에 지금 나는 두렵고 무섭다. 힘을 내야 한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눈물이 더 거세게 나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가 과연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막막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렸다.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건강 문제로 일 년 만에 가게를 폐업했다.




벽 4시경 간호사가 달려와 대상포진으로 입원해 있는 나를 깨운다.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던 딸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하고,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기관 삽관(기도 확보 및 유지를 위하여 코나 입을 통해 관을 넣거나 기관 절개술을 하여 기관 내에 관을 넣는 일) 후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단다. 급히 달려갔지만 딸아이 병실에는 들어갈 수 없다. 공기 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딸과 격리 중이다. 간호사들은 딸아이 이름을 부르며 깨우지만 말이 없다. 관을 넣기 위해 입을 힘껏 벌리고, 반복적으로 관을 밀어 넣는 시도를 한다. 안타깝게도 앙 다문 입은 잘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어렵게 관을 넣었다. 딸아이 입 주위에 피가 보인다. 사투를 벌인 흔적을 보니 암담했다. 조용한 새벽 다른 병실에는 환자들이 잠들어있다. 제정신이 아닌 나는 미친 듯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엄마 목소리 들리지? 엄마 보이지? 엄마 여기 있어. 제발...” 딸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지만, 함께 갈 수 없다. 순간 나는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심정이다. 숨통이 조여와 주먹으로 가슴을 마구 때리며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도 평범한 일상조차 험난한 산을 오르듯 도전의 연속이다. 밥상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간단한 빨래마저 힘에 부친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닥에 대자로 뻗게 만든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음속으로 ‘도전’을 외치고 다시 일어나 일을 계속한다. 그러다 힘들면 또다시 대자로 뻗어 휴식하기를 반복하는 날이 많다. 고된 일상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거북이처럼 느리긴 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평범하지 않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을 통해 절망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었던 시간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 두려움에 나를 가두지 않는다. 이제 나의 마음 근육은 단단해졌다.      


아파도 웃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지금 일어난 사건을 하향해서 상상해 보는 방식이다. ‘만일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한 이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다행이다,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야.’ 과거에는 미처 몰랐던 감사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늦게 깨달았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웃을 수 있다. 지금 난 살아있다. 딸과 나는 소중한 삶을 다시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험했기에 나의 현실이 꿈만 같다. 앞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새로운 기회다. 지금도 새로운 기회들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다.     


오늘도 나는 웃음과 행복을 선택했다~^^      




많이 힘드시죠?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당신처럼 힘겨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우리 함께 응원하며 이겨내 보아요.

토닥토닥~.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읽는 누군가가 계시다면,

만일 그 한분이 힘든 상황이라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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