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글 Oct 05. 2022

10년 동안 식단 일기를 써야만 했다


요즘 쑥쑥 올라만 가는 물가 때문에 장을 볼 때면 고민이 많다. 마음 같아선 딸에게 먹이고 싶은 식재료 모두 구입해서 밥상에 올리고 싶지만,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밥상 차리는 일에 머리를 무지 굴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가지가지 영양소를 음식으로 챙겨 먹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유기농 먹기 시작 한지 6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식재료 몽땅 유기농으로 먹을 수는 없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면 두 배 많은 양을 살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건강한 식재료를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랄까. 한 달 생활비 중 식비로 들어가는 돈이 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쇼핑은 꿈도 꿀 수 없다.           


하루 두 끼 해결하는 게 나만 어려운 걸까?           


내일은 또 뭐 먹지? 늘 먹고 있는 반찬 말고 주인공이 될 요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모자란 머리가 참 고생이 많다. 식비 걱정 없이 밥상을 차릴 수 있다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운이 좋아 따습고 맛난 밥을 매일 먹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면 과제를 해결한 것처럼 마음이 가볍다. 오휴~. 오늘도 해냈구먼!          


가끔 동영상에서 어떤 특정 음식을 먹고 질병이 모조리 사라졌다고 광고성 발언을 한다.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저것만 먹으면 딸도 좋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쫑긋 세우고 넋이 나갔었다. 딸을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에 튼튼한 동아줄은 아니더라도 얇은 밧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릴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웃기시네’라며 실소를 터뜨린다. 음식이 온전히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단지 치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음식이다. 10년 동안 식단을 기록하며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된 사실이다.           


음식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그런 줄 알았다. 착각이란 늪에 빠져 열심히 수영하는 꼴이었다. 올바른 식습관을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함께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무시하면 후회할 중요한 습관이란 사실을 실패라는 시린 경험을 하고 알았다.          


무시하면 후회할 습관은 바로 운동과 숙면이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맞다. 누군가 필수라고 말할 때 무시했는데 직접 체험하고 깊이 반성했다. 딸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우울감과 불면증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은 충분히 자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딸은 적어도 8시간 이상 잠을 자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햇볕도 쬐야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햇볕을 허투루 생각했다가 우울감에 빠져 병을 키웠던 시기도 있었다.      


진짜 중요한 두 가지가 남아있다. 우울감과 스트레스. 이 둘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운동? 숙면? 음식? 햇볕? 다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평소 네 가지(운동/숙면/식습관/햇볕)를 꾸준히 지켜만 준다면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쉽게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두 가지에 대한 면역 또한 강해지고 병에 가장 취약한 염증도 ‘감히 어딜 넘봐’ 라며 몸이 스스로를 방어한다는 사실을 딸이 직접 경험했고, 현재도 체험하고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딸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 한다. 한번 실패했다고 도망갈 수는 없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기 위해 정신 차리고 실천하는 중이다. 약 없이도 치료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따금 긴장이 풀어질 때도 있지만, 이러다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산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은 아니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잊지 않고 살아간다.               

이전 01화 살고 싶어서 '약'과 이별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