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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 Oct 07. 2022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티지?(feat. 쿠싱증후군)

딸이 경험한 약 부작용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티지?     


2013년 6월 5일 수요일.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딸이 했던 말이다.          


2012년 겨울 루푸스 치료가 시작되면서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염증은 이미 소장과 신장을 침범한 상태였기 때문에 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약을 먹는 횟수가 늘면서 딸이 감당해야 하는 통증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일기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통증들이 빼곡하다. 치료 시작하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병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큰 숙제가 되었다. 몸 전체 통증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딸을 괴롭힌 약이 스테로이드. 딸이 가장 먹기 힘들어했던 약이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쿠싱증후군      


딸이 경험했던 쿠싱증후군 증상이다.     


얼굴이 풍선처럼 땡땡 부어 달덩이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살이 찐 얼굴과는 다른 모습이다. 두통으로 매일 괴로워했다. 복부에 지방이 쌓여 배가 심하게 도드라졌다. 가스찬 듯 더부룩하고 단단하며 근육은 점점 줄어들어 팔과 다리는 얇아졌다. 그 시기 자신을 외계인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은 것도 아닌데 체형이 변해 옷 입는 것이 불편했다. 외출하는 것도 부담이고 고된 일이었다. 몸 전체에 잔털(다모증으로 인한)이 많아져 이마와 양쪽 볼을 반쯤 덮었다. 구레나룻이 귀밑에서 턱 주변까지 내려와 수염이 난 것처럼 보였다. 딸은 원시인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면 긴 생머리로 양쪽 볼을 덮고 얼굴을 반쯤 가리고 다녔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변해버린 외모에 딸은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이유 없이 여러 곳에 멍이 생겼다. 피부가 얇아져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남았다. 목덜미에도 지방이 쌓여 작은 산이 하나 놓여있는 듯했다. 온몸이 심하게 붓는다. 관절 마디마디 통증이 계속된다. 아.....끝이 없다 이 증상은.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면역 기능 저하로 감염에 취약하고, 단백뇨(소변에서 단백질이 섞여 나옴)와 혈뇨(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옴)다. 신장염이 악화되면서 단백뇨와 혈뇨는 끊임없이 딸을 따라다녔다. 약을 끊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딸은 이렇게 말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창 예쁠 나이 20대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조금은 슬펐어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그런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고 예쁜데 딸은 많이도 아팠나 보다. 에구.          


10년 전 루푸스에 관한 정보나 자료는 많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옳은 정보를 가려내는 안목도 부족했다. 약이 딸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음식을 고루고루 먹는다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삽질만 했다.     


10년 동안 식단을 기록하면서 딸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왔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정을 찾기까지 7년쯤 걸렸고, 지금도 변함없이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정답은 알 수 없다. 누군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답은 오직 우리가 찾아야 한다.           


매 순간 포기하지 않는 시간은 후회 없는 하루가 되고우리 미래가 될 것이다

딸은 오늘도 잘 살아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을 살아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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