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한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질환으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와 유사한 질환으로 고단하신 환우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나아질 수 있었던 사례 몇 가지를 카페에 올렸다. 보다 많은 분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브런치를 통해 나의 사례를 공유하려 한다.
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살아온 지 20년이 넘었다. 원인도 모른 채 15년 이상을 통증과 싸워야 했다.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통증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을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이란다. 지금 생각하면 맞는 말이긴 하다. 모든 병에서 스트레스가 빠지면 서운할 만큼 스트레스는 만병의 뿌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 병명을 알게 된 시기는 2015년이다. 딸이 다니는 병원에서 딸의 권유로 피검사를 했고, 섬근통 진단을 받았다. 쇼그렌도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눈코입이 타는 듯이 건조했던 이유가 바로 쇼그렌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야 알고 나니 속은 후련한데 딱히 치료 약이 없다. 대부분 희귀 난치성질환은 원인도 모르고 완치도 힘들다.
그렇다고 손 놓고 평생 진통제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수많은 통증 가운데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든 통증은 입 마름과 편두통이다. (쇼그렌 증상 중 입 마름에 관한 내용도 올릴 예정이다) 편두통은 한 번 찾아오면 사람을 미쳐 돌아버리게 할 만큼 무시무시하다.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통증의 강도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다. 원인을 몰랐을 때는 타이레놀을 가끔 먹기는 했지만, 먹어도 통증은 끔쩍하지 않는다.
‘나하고 한번 붙어보자는 거야? 겨우 타이레놀 따위로?’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섬근통 진단 이후 편두통 관련 약을 1~2년 동안 먹었지만, 내성이 생겨 더 독한 약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 당시 약이 없는 곳은 어디가 되었든 불안했다. 외출할 때 가방 안에는 늘 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통제의 달콤한 맛을 느껴본 후로는 통증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은 약을 먹을수록 통증의 강도가 서서히 힘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통증 횟수도 더 잦았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약을 계속 먹을 것인지 불안하고 두려워도 통증과 부딪혀 볼 것인지. 자신은 없었지만, 몇 개월을 고민한 끝에 약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한동안 진통제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안하고 괴로웠지만, 평생 진통제에 집착할 수는 없었다.
내가 왜 이토록 극심한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기로 했다. 병원에서도 딱히 처방 약(진통제) 말고는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병을 이겨내기 위한 나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년이 걸렸다. 조금만 더 내 몸을 소중히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리 오랜 시간을 잡아먹진 않았을 텐데. 몰라보게 달라진 지금 내 몸을 생각하며 토닥토닥 고생 많았다고 가끔 말해주곤 한다.
현재도 두통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통증 강도와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금 내 삶의 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되고 있다.
내가 직접 경험했고, 현재도 진행 중인 두통, 편두통을 해결하고 극복 중인 사례이다.
통증이 찾아온 이유와 줄이기 위한 노력, 방법을 1~9까지 적어봤다.
모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수면의 질과 수면 시간이 중요하다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나의 경우 수면 시간은 최소 6~7시간은 필요하다. 적어도 밤 10시 이후에 취침에 들어가면 가장 좋고, 최소한 새벽 12시 전에는 수면에 들어가야 한다. 잠이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누적된 피로는 두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휴식을 취하며 과로와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한다. 수면 완전 중요!
<2> 편두통이 있을수록 움직여야 한다
편두통이 있을 때는 괴롭더라도 움직여줘야 한다. 앉거나 서 있는 것조차 힘들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걸어줘야 통증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약은 순간 좋아지지만, 장기간 먹었을 때 내성이 생겨서 통증 강도는 더 세지고 통증 횟수 또한 잦아진다. 약이 편두통을 치료할 수는 없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면 어쩌다 가끔은 먹을 수 있지만, 너무 약에 의지하면 통증 강도와 횟수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섬근통 진통제 부작용이 심해서 맞을 수도 없다. 경련, 구토, 어지러움증, 불면증, 메스꺼움 등.
내가 지금 이토록 나아진 상태에서 생각하니 그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약 부작용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스스로 편두통 원인을 찾아야 할 운명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3> 어깨(승모근) 이완에 신경 써야 한다
어깨(승모근)는 근육이 뻣뻣하게 굳지 않도록 늘 스트레칭으로 풀어줘야 한다. 승모근은 견갑골(어깨뼈) 주변 근육이다.
어깨 통증이 심할 때 두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도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장시간 메는 습관도 조심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깨 이완에 신경 써야 한다.
어깨 스트레칭은 수건이나 스트레칭용 고무밴드를 이용하면 좋다. 어깨가 경직되지 않도록 어깨를 자주 돌려주는 동작을 매일 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4> 위장을 건강하게 유지한다
위와 장을 건강하게 관리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과식을 하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졸음과 함께 편두통이 동반될 수 있다. 과식하지 않는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너무 배가 고픈 상태나 체력이 고갈되어도 편두통이 올 수 있다. 배가 몹시 고프다고 느끼면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간식을 바로 먹어주면 도움이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가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먹는 방법 또한 찾아서 위와 장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가 중요하다.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거나 피해야 한다.위장 관리만 잘해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5>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쓴다
두통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취약하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빠른 속도로 위와 장에서 벌써 일이 벌어지고 두통도 시작된다. 내가 관리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나의 약한 부위를 가장 먼저 공격한다. 스트레스 관리만 잘해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어떤 병이든 스트레스에 강한 병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스트레스받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을 추천한다. 하루 1분이라도 일단 시작해 보고 차츰 시간은 늘려가면 된다. 하루에 5분~10분 정도만 해줘도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복식 호흡 1분 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꼭 시도해 보시길!
<6>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
운동은 짧게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하게 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운동량도 늘어간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해 주면 통증도 줄여갈 수 있다. 요즘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저강도 운동 영상이 많다. 자신에게 맞는 유산소 운동이나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수영과 걷기(산책) 운동을 추천한다. 걷기 운동은 허리 통증과 무릎 통증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섬근통이나 쇼그렌은 류마티스질환이기 때문에 관절염과 허리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만성 관절염과 허리통증이 있지만, 운동과 식습관으로 통증을 줄여가고 있다.
뜨겁고 무더운 여름에는 걷기 운동이 힘들다면 집에서라도 가볍게 제자리 걷기라도 하자!
수영은 전신 운동이면서 심폐 발달에 도움이 되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 수영이었다. 수영했을 때 전신 통증이 감소하는 것을 느꼈다.
<7> 여름철 온열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산책하기 힘든 무더운 여름이 왔다. 계절 중 여름이 가장 두려운 계절이다.여름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열로 인한 두통이 자주 일어난다. 나는 6월부터 온열증상이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8월은 상상 그 이상으로 뜨겁다 못해 펄펄 끓고 있다.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외출 시 양산이나 우산을 꼭 사용해서 온열을 막아야 한다. 장시간 외출해야 한다면 얼음팩을 챙겨서 겨드랑이에 끼거나 손수건에 얼음팩을 감싸 목에 감아준다.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탈수되지 않도록 물 자주 마셔서 수분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은 피해야 하지만, 우리 몸은 햇볕이 필요하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쬐야한다. 오랜 기간 동안 쪼이지 않으면 면역이 떨어지면서 두통과 우울감이 동반될 수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쬐는 게 좋다.
<8> 에어컨, 냉방을 조심해야 한다 / 체온조절 중요!
요즘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을 조심해야 한다. 춥다고 느끼는 순간에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면 편두통이 올 수 있다. 만일 냉방이 강한 곳에 장시간 있어야 한다면 외출 시 가벼운 외투를 준비한다. 갑자기 추워지면 외투를 입어 체온을 올려 준다. 겨울에도 체온조절 잘해야 편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겨울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준비할 겨를도 없이 통증이 시작된다. 특히 이때 편두통이 시작되면 시선을 옆으로 돌리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엄청나게 심하다. 체온조절이 중요하다.
<9> 두통, 편두통이 있을 때
두통이나 편두통이 있을 때 어깨(승모근)와 목을마사지한다. 경추 (목뼈, 목에 있는 일곱 개의 뼈)까지 함께 마사지한다. 후두골(뒷머리 뼈) 바로 밑에 후두하근(머리를 움직이는 근육) 주변을 모두 눌렀을 때 가장 아픈 부위가 있는데, 너무 강하게 누르지 말고 약하게 누르며 마사지한다. 강하게 누르게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후두하근 전체를 지그시 눌렀다 떼다를 반복하고, 측두근(관자근)도 함께 마사지해 준다.
어깨와 목은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해 주면 통증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편두통이 심할 때 딸이 오일마사지 해 주고 있는데 마사지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통증이 줄어든 느낌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글을 모든 환우님의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이 보신다면 도움이 되어주세요. 통증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됩니다.
두피 전체도 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 마사지해 주면 도움이 된다. 나는 머리 감을 때 사용하는 두피 마사지 빗을 이용해서 지압해 준다.평소에브러시 빗을 이용해서 두피를 톡톡 치며 마사지해 준다면 머리가 개운하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두통과 편두통이 있을 때 나의 경우 유난히 목과 입이 자주 마른다. 탈수가 되지 않도록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통증이 한 번 찾아오면 하루 이상 지나야 좋아진다. 과거에는 365일 중 300일은 편두통으로 살았던 것 같다. 통증이 심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얼음팩을 이용해서 머리 이곳저곳 열을 내려주면 도움이 된다. 잘 때도 머리맡에 얼음팩을 준비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