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차 된 나의 반려식물
고향집의 베란다는 식물원 느낌이 난다. 이 식물들에게 부단히 관심과 물을 주는 식집사는 바로 아부지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한테도 아부지같은 면모가 있을까? 했는데... 있었다.
임용고시를 같이 공부했던 가정쌤이 '추추'(=상추)를 키운다는 말을 듣고, 나도 반려식물을 다이소에 사 왔다. 그건 바로 방울토마토와 해바라기였다. 먼저 추추처럼 나도 친근한 이름을 고민 중이었다. 계속 생각하다가 심은 날짜를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바로 그 날짜는 5월 22일이었다. 그래서 해바라기의 이름은 '오월이'이고, 방울토마토이름은 '투투'였다.
씨앗부터 시작한 나의 식집사의 생활은 공부만 하는 나에게 잠시나마 힐링을 주었다. 자라는 모습을 틈틈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게 그 시기에는 나의 취미였다. 그리고 찐친들에게 반려식물이 자라는 모습의 사진을 보내며 자랑하는 모습이 마치 내 아이사진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주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찐친들은 신기해하기는 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씨앗부터 시작하여 떡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맛보는 시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나의 식집사의 생활은 20년에 약 3-4개월 동안 함께하게 되었다. 이후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에 상경하고 꽃집을 지나치면서 발견한 식물은 바로 이 친구였다.
약 3주 동안 눈에 아른 거린 이 율마라는 식물은 결국 나의 반려식물로 데려오게 되었다. 주변에서 키우는데 엄청 예민하고, 갑자기 어느 날 모르게 죽는다는 이 식물의 이야기를 듣고 엄청 고민하기는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빛을 좋아하는 이 친구의 성향이 나랑 비슷하기도 하고 지금 사는 집이 남향집이라서 율마가 살기에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식집사로서 이 친구의 이름도 특별하게 지어지고 싶었는데... '율마'라는 식물을 내가 '율무'라고 잘못 불러서 이름을 율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쪼꼬미한 율무라는 반려식물을 쓰담쓰담해 줄 때마다 레몬향이 나는데... 그 향 또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녀석이다.
63일이 된 율무는 제 법 숱도 많아지고 목질화도 일어나고 있다. 하늘을 향해 점점 키도 쑥쑥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더더더 레몬향을 은은하게 뽐내며 나의 후각에게 좋은 향기를 선물해주고 있다.
과습에 예민한 율무는 통풍이 잘되는 베란다에 있기 때문에 물은 2-3일에 한번 머그컵의 2/3 정도 주기는 했다.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고, 이 식물을 샀던 꽃집 사장님께 물어보니, 분갈이는 1년 후에도 해도 된다고 하시는데...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나의 손안에 들어가는 이 화분크기의 쪼꼬미 율무 덕분에 나는 서울살이를 하면서 살아가는데... 힘을 주고 있는 나의 사랑스러운 식물이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게 좋은지 모르겠다. 소소한 것, 작은 것을 유심히 보며,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습관 또한 어느덧 나의 성향이 되어 있었다.
율마라는 식물은 꽃을 피우기 어렵다는데... 꽃말을 찾기 좋아하는 나는 율마라는 식물의 꽃말 역시 찾아보았다. 꽃말은...? 성실함과 정직함이었다. 율마라는 식물의 꽃말처럼 나의 인생 또한 이렇게 살다 보면, 김복아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김복아 꽃은 어떤 모양의 꽃이며,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지 기대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