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복 Mar 16. 2018

#평범하게 사는 것

며칠 전이었다.
"엄마 다현이 꿈이 뭔지 알아요?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래요. 그래서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댔어요."
얘기를 듣다가 평소 다현이를 알아서 그런지 웃음이 났다. 
"그럼 네 꿈은 평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네. 미술 선생님은 평범한 게 아니에요" 
아침밥을 먹으면서 가볍게 오가는 대화였는데 평범함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원아 회사원은 왜 평범한 거고, 미술 선생님은 평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아빠도 회사원이야. 근데 회사 다니려고 해도 무척 어려워"
"엄마 회사는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잖아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딸의 머릿속에 있는 평범함의 의미가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있는 지 알 것만 같았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평범하다는 의미였나 보다.

미술 선생님도 하긴 어렵지만 평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 아니라며 아침 등교를 했다. 딸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원인 아빠는 평범하다. 그래서 우리 가족 또한 평범한 가족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야기를 들으며 평범하는 말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을까 머릿속에 맴돌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특별하지 않고, 혹은 꿈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다보니 학창 시절로 향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는 것보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쩌면 평범하게 살기 위한 방법들인데도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며 무엇인가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평범하게 산다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평범한 일상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가고, 누군가를 초대해서 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캘리그라피 글씨를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하고, 아이들을 씻겨주고, 날이 좋아서 주말이 되면 가끔은 바람도 쐬로 나가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끔씩은 할 수 것들이 평범한 일상에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덧붙여 누군가의 슬픔과 기쁨에 같이 마음 아파하고 같이 웃어 줄 수 있는 것도 평범한 일상에 포함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모두에게 보편화 될 수는 없어도 평범한 것들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평범함은 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을까? 여전히 특별한 삶 살기를 원했을까?
무심코 오갔던 대화에서 며칠 동안 "평범함"의 숨은 힘이 얼마나 일상을 굳건하게 해주고 있었는지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 자격을 갖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