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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Feb 18. 2019

#스스로 퇴사를 결정한 사람들의 이유

은퇴 준비생 글을 쓰고 있는 이후로 조금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렸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에게서 " 누구 씨 알지. 그 친구 회사 그만두기로 했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멍했다.

정년까지 잘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그만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다르게 들렸다. 그런데 퇴사 이유를 듣고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녀가 최근에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가 갑자기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부터 회사를 다니는 것까지 많은 고민들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 이유 속에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미안해하던 무언가가 있었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동안에 몇 년 동안 외국으로 지역전문가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같이 있어주지 못했던 첫째 아이가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 마음에 많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고 했다. 아이가 생활하는데 같이 있어주며, 아이가 가진 장애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다.  

그분에게 더 이상 직장의 의미는 없었다. 자녀가 아프고 나서 삶의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점의 차이"는 한동안 계속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한참 30대에 퇴사를 결정한 그분은 더 이상 회사에 미련 없이 떠났다. 맞벌이를 했기에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래도 아내가 경제적 활동을 한다는 것의 나머지 반의 안정감보다는 직장을 다니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분의 퇴사를 통해서 다르게 다가왔다.


두 번째로는 마흔을 막 지난 지인의 이야기다. 퇴사의 이유가 궁금했다.

5년 차 직장인으로서 이직 후 사이버 대학교 교수로 이직을 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망설임이 없었어요?"

"조금 더 오래도록 생각해보고 싶지 않았어요?"

궁금한 질문들을 허기가 진 사람처럼 하나둘씩 물어봤다. 그러고 나서 그분의 이야기는 흔들림 없이 이어나갔다.

이직이 아니었으면 회사를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직장 다니면서 쉬는 것이 휴가 때 말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분의 눈동자에서 쉼에 대한 강력한 바람들이 차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즈음에 최근에 조직에 새로운 리더가 오고 나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했다. 같이 있던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뿔뿔이 흩어지는 그런 상태가 된 것이다.

선택은 두 가지, 그래도 그곳에 있던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자발적으로 찾아나가는 가 두 가지였다고 했다. 있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후에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곳을 알아보다가 그렇게 회사원에서 교수의 자리로 직업이 바뀌었다. 회사에서 주던 월급과 보너스가 많이 줄어들지만 그것은 이직을 보류할 만큼의 큰 비중이 아니라고 했다.

"보람을 찾고 싶다"는 웃음 띤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에서 그 자리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보람을 찾을 수는 결코 없다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라며..

어쨌든 그분은 퇴사를 앞두고 있다. 일이 어렵고 힘든 것보다도 조직 안에 사람의 힘든 것은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것이 힘들다면서. 거기에 작년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그것까지도 복합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현듯, 일상 속에서 스스로 퇴사를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변에서 있었고 생각을 꺼내어 적어봤다.

오래 다니기와 다르게 퇴사를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그때마다 귀에 다르게 들렸고, 밑도 끝도 없는 궁금증들이 들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무엇일까"

"삶의 갑작스러운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 부부의 삶의 관점은 무엇일까"


오늘 아침도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나간 남편

현관문 앞에서 "잘 다녀와요"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과 다르게 회사에는 얼마나 치열할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53세 직장인의 하루, 일의 보람은 없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직장을 다닌다는 남편과 어제 나눈 이야기가 내가 써놓은 글과 함께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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