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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Jun 09. 2019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인터뷰(2)

제주 이중섭 거리에서 만난 사람

제주에 있는 며칠 동안 나를 바라봤다. 

새벽에 일어날 알람을 맞춰놓고 글을 쓴다거나, 거리나 식당, 어디서든 필체나 글귀들만 봐도 마음이 설레어 사진을 찍어놓기 바쁜 나의 모습을 말이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싶어서 나의 마음을 확인받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보거나, 듣는 것으로부터 마음의 또 다른 것들을 연상시킨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걸 써봐야겠다. 아.. 이런 글귀를 적어보면 좋겠다, 재료들은 이런 걸 써봐도 좋겠다"등등.. 

일상 속에서도 그런 나의 모습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행이 주는 느슨함 속에서도 마음에 연못 속에 무언가가 울림을 주는 계기들과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곳 제주에서 있는 동안 하나로 뭉쳐진 말들로 다가온다.

그런 가운데 어제는 아직도 생각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이중섭 거리에서.

프리마켓이 이제 나에게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눈길을 이끌었던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분을 향해 시선이 흘러갔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책갈피, 엽서, 책 등 그림과 관련된 것들을 판매하고 계신 분이었다. 

꽃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그 순간 그분이 꽃을 그리고 있는 붓끝에 집중했다. 작은 캔버스였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 속에서도 무언가 커다란 이야기들이 압축되어 있는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그림 속에서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그분께 질문을 하게 됐다. 


" 무슨 물감으로 그리신 거예요? 너무 예쁘네요."

"아크릴 물감이에요" 그러고 나서 질문이 이어졌다.(무언가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원래도 그림을 그리셨어요? , 아니요. 저는 컴퓨터 관련된 일을 했었어요."그 한마디의 대답을 들은 이후에 대화의 통로가 확 트인 것처럼 이야기들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신 거예요?"

그림을 그리시다가 나의 질문들이 이어지자 붓을 내려놓고 밑도 끝도 없는 나의 질문들에 웃으며 경청을 해주셨다. 그리고 이 말까지 덧붙여서. "무슨 인터뷰하는 것 같아요"

나의 질문 본능은 예전에 잠깐 했던 리포터 때문이었는지, 기사 취재를 하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혹은 궁금한 것들이 원래도 많은 사람이었는지 모르게 쏟아졌다. 그 질문과 대답들을 기록해 놓아두고 싶었다. 


장소: 제주도 이중섭 거리에서

인터뷰 대상자: 수공예 프리마켓을 하시는 분들 가운데, 제주도의 풍경을 그리고 분



질문 1) 컴퓨터 전공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답)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을 하게 됐죠. 저는 회사 다닐 적에 한 가지일 이 주어져도 두세 가지를 했던 사람이에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디자인하는 것까지도 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해왔어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더 이상 내 곁에 선택할 것들이 없어질 때 생각났던 한 줄의 빛과 같은 거였어요. 언젠가 제 친구가 이야기하더라고요. 

"네가 무언가를 잘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니, 그건 네 곁에 선택할 것들이 많아서 그래"

그거였어요. 저는 한국에서도  일하다가 외국에서 봉사활동으로 오래 컴퓨터 관련된 일을 했는데 다시 한국에 들어오니깐 언어를 까먹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언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정착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그러는 중에 저는 무언가를 해보려고 계속 노력하는데 점점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어요. 그 지점에서 유일하게 생각난 것이 그림이었어요."


질문 2)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그림을 선택한 이유들이 궁금해요

대답) 고민이 안된건 아니에요. 다 늦게 (20대)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 이것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해보고 싶었어요. 컴퓨터 관련된 일을 했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 그림그리는 것이었으니깐요.


질문 3) 그리고 나서 어떻게 이렇게 오게 되었나 궁금해요

대답) 그림을 그려서 가지고 다니며 팔 수 있는 곳 여러 군데를 다녀봤어요. 안 받아줬던 곳도 있었지만, 한 공간의 사장님께서 제 그림을 보더니 놓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6개 정도의 그림을 놓고 갔죠. 그리고 다음 날 연락이 왔어요. 그림이 팔려서 2개 정도 남았으니깐 더 그림을 그려달라는 말을요. 내 그림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몹시 행복했어요. 부모님도 놀라셨죠. 그리고 나서 저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일을 하게 된 거예요. 막다른 어려움에 있었던 때가 다른 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거였어요.

그리고 나서 프리마켓에서 그림을 그려서 판매해 보려고 가지고 나갔어요. 그런데 제 그림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행복해하시는 그분의 말들이 이어졌다.)


질문 4) 좋아하는 일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그림과 관련된 일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대답)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 그 때 회사에서 일했던 컴퓨터 관련된 일들, 예를 들면 디자인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필요하지 않았던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요.


질문 5) 어떤 그림을 그리시나요, 그림을 그릴 때 영감을 주는 것들은요

대답) 저는 제주도의 풍경들을 그려요. 그리고 상상력을 같이 담아서 그리는 것을 해요. 신이 모든 것을 만들어 놓았을 때 사람들은 그저 감탄만 했잖아요. 생각해봤어요. 거꾸로 사람도 마음껏 상상하고 생각한 것들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을요. 저는 그것으로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그려요.


질문 6) 좋아해서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적은 없으세요?

대답) 언젠가 프리마켓을 하면서 이런 제 모습을 봤어요. 그림을 팔리는 날에는 무척 좋아서 들떴다가 팔리지 않는 날에는 기운이 나질 않을 때가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왜 이렇게 그런 것 하나하나에 기분이 왔다 갔다 할까 생각했어요.팔리는 날도 있으면 안 팔릴 때도 있고, 안 팔릴 때도 있으면 팔리는 날도 있는 거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것들을 인정하니깐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질문 7) 어떤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지도 궁금해요

대답) 저는 사람들이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서 행복한 것,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요.



적다 보니 정말 많은 질문들을 하긴 했나 보다.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는 중에 많은 질문들을 해서 미안한 생각도 드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점은 닮기도 하고, 어떤 점은 공감도 하면서 마음이 통하는 무언가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긴시간 만난 사람처럼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또 다른 말이 있었다.

"멀리 보지 않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것이 또다른 연결이 되어가더라고요" 

그림을 좋아해서 제가 쓴 동화를 지어서 그림책을 내봤어요. 그랬더니 그 책을 보고서 연락이 왔어요. 교육을 해달라는 일을요.


어젯밤 그분을 만나고 돌아와서 참 많은 생각들이 들던 밤이었다. 제주도에 이 분을 만나러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많은 메시지들이 눈을 감으면 생각났다. 

발길이 닿았던 이중섭 거리에서 이런 분을 만나다니...

그동안 적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하는 일이 이 분처럼 직업으로 된 사람들을 줄곧 만나오면서 이건 뭘까 하는 생각들이 많았다.

원래의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후에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길로 연결되어 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헛되거나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은지 더욱 알았다거나, 지난 경험들이 지금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 모든 만남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이렇게 적고 있는 나도 별걸 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보다 적으며 마음이 설렌다.

발길이 닿는 곳에서, 혹은 일부러 찾아간 공간에서 하나 둘 정리되는 문장들이 적고 있는 나에게도 시원케 하는 무언가를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제주도 이중섭 거리 가까이 머무는 곳에서 눈뜨자마자 적어본다.

선물로 받은 그림 엽서 카드, 내게 필요한 글귀같다며 건네주셨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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