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속에서 발견한 문장들
어느 순간 문장 수집가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좋은 직업병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었을 때는 마음을 정리해간다는 마음이었는데, 캘리그라피를 하면서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도 힘이 되는 말이 많았다는 것에 눈을 뜨게 해주는 일이 되었다.
"구슬도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가지고만 있으면 소용이 없고 좋은 것도 필요한 곳에 잘 써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중 개인적으로 나의 문장들의 보물 창고라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을 만나는 캘리그라피 수업 시간이고, 두 번째는 라디오다.
몇 년간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면 몇 백 명은 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아이서부터 50~60대 분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살게 될지 몰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된 것이 있다면 연령마다 찾는 문장들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들을 자세히 보게 되고 그렇게 정리해가는 문장들의 목록들이 어느새 이 일을 하며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게 된 문장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라디오다. 매일 새 옷을 입듯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사람들의 글을 읽어주는 중간 코너, 여운을 주는 클로징. 그런 라디오 기록을 한 지도 거의 5년이 훌쩍 지났다. 기록하면서 라디오 작가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는데, 실제로 작가로 하던 친구는 매일 쓰는 글의 압박에 참 힘들어했다. 2분도 채 안 되는 글을 전하는 것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 느끼게 된다.
오늘은 CBS 라디오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라디오 오프닝을 듣고 썼던 캘리그라피 문장을 적어본다.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이 말이 요즘처럼 나에게 확 와 닿는 적이 없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 전시회를 앞두고 마음의 씨름이 하루에도 열두 번이다. 그것뿐일까. 살다 보면 해보지 않은 일들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 즈음 이 문장을 듣고 힘이 났다.
문장들이 상황에 따라 주는 위로와 공감을 생각할 적마다 글을 쓴다는 건 쓰는 자신에게도 누군가에게 꽤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다주게 된다.
오늘 이 문장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라디오 작가님이 고뇌하고 썼을 이 문장에 곱게 옷을 입혀 띄어 보낸다.
살다 보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죠.
방향도 잘 안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능력이 좀 부치다는 느낌이 들 때
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뭔가 하려는 마음을 가리켜서 엄두라고 합니다
보통은 부정적인 말과 같이 쓰이죠.
"감히, 감히" 할 수 없는 뭔가를 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 또 그런 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음악)
뭐 그런 말 자주 쓰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엄두를 못 낸다 그런 말 쓰고 있는데
뭔가를 시작조차 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런 말을 쓰곤 하는데
그럴 때는 말이죠. 조금 만만하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우리의 뇌가 자극을 받는다죠
그리고 한 번 자극을 받는 뇌는 멈추는 것보다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고 판단을 한다고 합니다.
엄두가 나지 않더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가벼운 일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산에게 3월 29일 월요일 라디오 오프닝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