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골목에서, 오늘 하루를 씹고 삼켰다
도톤보리의 네온은 아직 빛나기 전이었고,
아들과 나는 조용한 골목 끝 작은
이탤리언 식당에 들어섰다.
일본어보다 먼저 반기는 건
와인 냄새, 올리브 오일,
그리고 버터에 볶은 마늘 향.
오사카 한복판에서
이렇게 정통 이탈리아 느낌이라니,
이건 예상 못 했지.
그날 주문한 건 트러플 향 솔솔
나는 버섯 크림 파스타.
아들은 토마토 해물 파스타.
고개 숙여 포크를 돌리며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듯
천천히 돌리고 또 돌렸다.
면발 위로 부드럽게 흐르는 크림,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고소함과 짠맛의 밸런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듣고,
지도 앱을 믿고 걷다가 틀리고,
정신없이 사진만 찍다가 진짜 '나'를 놓쳐버린 하루.
그 모든 조각들을
차갑게 김이 서린 생맥주잔이
테이블에 내려앉는 순간.
‘아, 이 맛에 여행하는 거지.’
입안에 남은 크림을 싹 밀어내는 쌉싸름함.
바삭한 피클 하나, 짭짤한 파마산 한 조각.
입도 기분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느낌.
식당 바깥에선 오사카 저녁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줄 서서 타코야키를 사고,
누군가는 가족과 웃으며 걸었고,
나는 잠시 멈춰 앉아,
맥주잔을 또 한 번 들었다.
누군가는 오사카 여행을 말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글리코 간판을 말하겠지만,
내게 오사카는 이 파스타와 맥주의 밤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 또 오사카에 온다면…"
생각보다 쉽게 입 밖에 나온 그 말이,
아직은 이 도시를 다 보내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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