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한 끼의 여유
서울대 입구역 근처를
서성이던 내 발걸음이
조용히 한 초밥집 안으로 향했다.
번잡한 캠퍼스 거리와는
다르게, 매장 안은 고요하고 정갈했다.
주문한 건 단출한 특선 초밥 한 접시.
그리고 따뜻한 계란탕 한 그릇.
연어, 참치, 광어, 장어,
단새우, 생새우까지. 고루고루 올라간 싱싱한 초밥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와사비는 옆에 조심스럽게 얹혀 있고, 간장은 네모난 그릇 안에서 그들의 등장만을 기다린다. 초밥 위에 탱탱하게 올라탄 새우살을 보고 있자니, 벌써 입 안에서 감탄이 새어나온다.
한 입 베어 물자, 초밥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그다지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간장의 짠맛, 생선의 부드러움, 밥알의 따스함이 정확히 그 자리에 있었다.
옆에 놓인 계란탕 한 숟가락을 떠넣는다. 뚝배기에서 은은히 피어오르던 김이 식도를 타고 마음까지 데워준다. 계란은 폭신했고, 국물은 짜지 않고 담백했다. 그렇게 한 입, 또 한 입. 어느새 접시는 비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초밥을 혼자 먹는 게
어색하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 이 시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점심시간의 소란을 벗어나,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조용히 초밥을 씹고,
국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휴식이었다.
“이 가격에, 이 퀄리티에, 이 고요함이라면… 못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