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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라면은 아빠랑 먹어야 진짜지”

문 열고 들어선 순간, 그 특유의 공기

by 라이브러리 파파

찜질방의 공기는 좀 다르다.


뜨겁고 촉촉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하다.

그 속에서 한참을 놀고,

땀으로 속까지 비워낸 후에야

비로소 먹게 되는 그 음식. 그렇다.



찜질방 라면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게임도 하고,

누워서 TV도 보고,

사우나도 한 바퀴 돌고 나면

슬슬 배가 고파진다.

그럴 때 매점에서 주문한 라면 한 그릇.

단순한 라면이 아니다.

이건 ‘기다림의 보상’이자 ‘부자 간의 유대’다.


라면 그릇에 담긴 건

단순한 면발이 아니다


플라스틱 쟁반 위에 담긴 커다란 그릇.

보기만 해도 후각이

자극되는 진한 국물.

봉지라면으로 시작했지만,

삶는 방식과 타이밍이 예술이다.


계란이 몽글몽글 풀어지고,

면은 탄력 있게 익어 국물에 딱 어울리는 상태로.

큰 그릇에 덜어두고,

작은 앞접시에 면발을 조금씩

나눠 먹는 그 과정도 소중하다.


아들은 젓가락으로 면을 돌돌 말아가며

"아빠, 이거 진짜 맛있다"라고 말한다.

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맛있으니까.


아들의 첫 젓가락질 라면,

나의 마음은 뭉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

아버지와 함께 찜질방에서

땀 흘린 후 먹는 라면 한 젓가락.

그게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았다.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오늘,

내 옆에 앉은 아들이 나를 바라보며

면을 흡입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그 시절, 내 아버지가 지금의

나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이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아들과 함께 나눈 인생의 작은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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