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11화. 읽는 힘이 공부 습관으로 이어지는 순간〉

by 라이브러리 파파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도 잘하게 되나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보는 질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 질문에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당장 공부를 잘하진 않지만,
책을 오래 읽은 아이는 결국,
공부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게 목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책을 읽는 아이’라는 말이 주는 안정감,
‘독서가 공부의 기본’이라는 믿음.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보다 더 깊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루아와 라운이가 책을 꾸준히 읽으며
서서히 바뀐 건 성적표가 아니라,
집중력과 질문,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었다.

어느 날 라운이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말했다.
“이거, 문제 안 읽고 식부터 세우면 안 풀려.”

그 말이 내게는 너무 큰 울림이었다.
책을 자주 읽다 보니
문제를 ‘문장’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정보를 찾고,
상황을 떠올리는 습관이 자연스러워졌던 것이다.

독서는 이해력을 키웠고,
이해력은 생각하는 힘으로 이어졌다.

루아는 과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실험 도구보다 책을 먼저 찾는다.
"이거 어떻게 만들어졌지?"
"왜 이런 색이 나와?"
그 질문들이 책으로 이어지고,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내 설명하기도 한다.

“광합성은 빛을 먹는 거야.”
루아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책을 그냥 읽은 게 아니라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소화했다는 증거였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글자를 많이 보는 게 아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을 구조화하는 연습이다.

그 모든 과정이
공부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어느 날 루아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갔다.
근데 읽고 나니까 머리가 시원해졌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웃었다.
공부를 하고 나면 머리가 무거워지지만,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가벼워진다는 것.
그 감각이 바로
공부와 독서의 본질적인 차이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 속도를 배운다.
빨리 넘기지 않아도 되고,
막히는 문장은 몇 번을 읽어도 괜찮다.
그 천천한 리듬은
시험공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다.

하지만 그 여유가 쌓이면
문제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읽어내는 힘’이 생긴다.

아이의 공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히는 것’보다
책을 편하게 읽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그 책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책을 읽은 뒤 말하고,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모든 과정이 결국
공부를 좋아하게 만드는 토양이 된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책에서 얻는 질문 하나, 문장 하나가
공부보다 더 귀한 자산이 될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이 있기에
나는 여전히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
책장을 넘긴다.
같은 책이 아니어도 괜찮다.
같은 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힘은 천천히 자라고 있으니까.


독서 (1).jpg

작가의 말

책을 읽는 힘은,
결국 아이의 공부력으로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점수로 보이는 결과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가는 힘입니다.

문장을 이해하고,
정보를 정리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힘.
그 모든 힘은 책장에서 시작됩니다.

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공부보다 더 큰 힘을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