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10화. 책으로 키운 하루의 감정 – 감정교육의 시작〉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이들은 감정을 알지만
감정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한 단어로 말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이의 감정은 종종
“그냥 싫어”
“몰라”
“아무것도 아냐”라는 말에 숨는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조금씩 그 숨은 감정을 발견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책 속 주인공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면
아이들은 오히려
자기 마음을 더 쉽게 꺼낸다.

“얘, 지금 창피한 거지?”
“이 친구, 속상해서 화난 거 아니야?”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된다.
“나도 그런 기분 들었어.”
“그때 나도 화났었어.”

어느 날 루아와 함께 읽은 책 속에
엄마를 잃은 토끼가 나왔다.
토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숲 속을 혼자 헤매며 우는 장면이 있었다.

책을 덮은 후 루아가 조용히 말했다.
“아빠, 이거… 나도 울컥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 한마디가
책 보다 더 긴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이의 감정은 책 속에서 말을 배우고,
책 밖에서 용기를 얻는다는 것을.

라운이는 한동안
형이 되는 게 어렵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느 날, 『형아는 힘들어』라는 책을 읽었다.
동생과의 갈등,
부모의 기대,
참아야 하는 상황들이 등장했다.

그날 밤,
라운이는 책을 덮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가끔은 그냥 울고 싶었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제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책은 그저 감정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형이라는 역할 속 감정의 이름을 대신 짚어준 셈이었다.

책은 아이의 감정을
드러나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고,
그 감정을 받아주는 ‘안전한 그릇’이기도 하다.

책 속 주인공을 따라가며
아이들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 마음을 만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안전하게
부모에게 건넬 수 있게 된다.

책을 함께 읽는 순간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 장면, 넌 어떻게 느꼈어?”이다.

그 질문이 아이를
생각하게 만들고,
자기 마음을 돌아보게 만들고,
서로의 감정을 연결하게 만든다.

감정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책은
그 감정을 배우는 최고의 교과서다.

어떤 날은 책 속에서 슬픔을 배우고,
어떤 날은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또 어떤 날은 용기 내는 순간을 함께 살아낸다.

책은 말한다.
“그 감정, 네가 처음 느낀 게 아니야.
다른 사람도 그런 마음을 가졌어.”
그 말이 아이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요즘 루아는 기분이 나쁠 때면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
예전엔 울고만 있었는데,
지금은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

라운이는 속상한 날이면
자기 방에 들어가 『혼자 있고 싶어』를 다시 펼친다.
책은 감정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을 넘어,
감정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통로가 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책 속 문장을 따라
아이에게 묻는다.
“그럴 때 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든다.
그리고 감정의 언어는
아이와 아빠 사이에 놓인
가장 부드러운 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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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감정도 읽고, 말하고, 나누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책은 아이에게
그 감정을 배우는 가장 좋은 친구가 됩니다.

책을 읽으며 아이의 표정을 보고,
그 표정 속 감정을 말로 꺼내는 순간,
우리는 마음의 언어를 함께 배워갑니다.

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아이의 감정에 조용히 귀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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