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9화. 도서관 가는 날,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토요일 오후,
우리는 늘 그렇듯 도서관에 간다.
마치 누구도 정해주지 않았지만
서로의 몸에 배어 있는 리듬처럼,
도서관 가는 날은 특별한 언급 없이도 시작된다.

하지만 문득,
어느 날 아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도서관에 처음 갔던 날을 기억한다.
루아는 낯선 책장의 높이에 당황했고,
라운이는 조용한 분위기에 긴장한 눈빛이었다.
아이들은 그 공간을
‘조심해야 하는 곳’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아이들이,
이제는 도서관 앞 유리문이 보일 때부터
입꼬리를 올린다.
눈빛이 반짝이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나는 그 변화가 참 소중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라운이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책 코너로 간다.
가방을 내려놓고, 익숙하게 책장을 넘긴다.
루아는 동물 그림책이나 요리책을 골라
아빠에게 와서 “이건 같이 읽자”라고 말한다.

그 모습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아이들은 책을 고르기 전에
먼저 ‘자신의 리듬’을 찾고 있다는 걸 느낀다.
도서관이 주는 고요한 질서와 선택의 자유가
아이를 한결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가끔은 아이의 자세가 변한다.
예전에는 금방 엎드리거나
책을 다 읽기 전에 덮어버리던 아이가
요즘은 한 장 한 장을 오래 들여다본다.

책 속 주인공이 슬퍼 보이면
루아는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 친구는 왜 울고 있어?”

그 질문이 나에겐 울림이 된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책 속 마음을 함께 읽고 있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있던 라운이가
책을 덮고 조용히 나를 부른 적도 있다.
“아빠, 이 책은 그냥 재미있는 책이 아니야.
진짜야. 뭔가 마음이 이상해.”

그 말을 듣고 나도 그 책을 읽어봤다.
책에는 평범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조용한 상실이 있었다.

아이는 그 감정을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아이의 감정 표현을 더 섬세하게 바꾸고 있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나면 바로 돌아가자는 말이 먼저였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조금만 더 보고 가자”라고 말한다.
마치 그 공간이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 듯이.

그 말을 듣는 나는 늘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 때문이기도 하고,
그 책을 만난 공간 덕분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아이들이 자기 속도를 되찾고,
세상을 조용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성적도, 평가도, 경쟁도 없다.
오직 내가 고른 책,
내가 펼친 이야기,
내가 느낀 감정만이 존재한다.

나는 도서관에서 아이의 얼굴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책을 고를 때의 진지함,
읽을 때의 몰입,
책을 덮을 때의 작은 탄식.

그 모든 순간이
하루의 성장이고,
내가 아이를 다시 이해하게 되는 기회다.

책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책을 만난 장소,
그 책을 읽던 표정,
그 책을 덮고 나눈 이야기.

그 모든 게 모여
책을 ‘기억’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기억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따뜻한 배경이 된다.

이제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
자주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그것을 말해준다.
입구 앞에서 이미 마음이 열리고,
책을 펼치기 전부터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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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도서관에서 아이가 보여주는 표정은
그 아이가 지금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책을 고르는 눈빛,
책을 읽는 자세,
책을 덮고 나서의 그 표정 하나하나가
아이의 마음과 리듬을 말해줍니다.

도서관 가는 날,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얼굴을 바라보는 아빠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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