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8편.

가끔은 아무도 모르게 쓰고 싶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소설을 쓴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라 마음먹은 날에.


SNS도, 블로그도, 작가노트도 열지 않고

오직 나만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썼다.

제목도 없고, 문단 구분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단어들을 흘려보냈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출판을 꿈꾸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나를 구하기 위해?


언제부턴가 글쓰기가 ‘증명’이 되었다.

누구보다 꾸준하게,

누구보다 진지하게,

누구보다 성과 있게 써야만 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나는 내가 만든 이 무대 위에서

연기처럼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만한 문장만 골라내고,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소재만 붙잡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나의 진짜 문장은

사람들이 외면할 수도 있는 그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도 모르게 썼다.

익숙한 노트앱도 아니고, 구글 문서도 아니다.

종이 노트 한 귀퉁이에,

흘겨 쓰듯, 조용히 써 내려갔다.

언젠가 누군가 볼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그게 또 어딘가 시원했다.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아도 괜찮은 문장들.

그게 바로, 나의 진짜 고백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시간은,

결국 내가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이라는 걸.

타인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언어로 나를 붙잡는 것.

그게 글쓰기였다.


“당신은 왜 글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그동안 난 너무 뻔한 대답만 골랐다.

“전하고 싶어서요.”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서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요.”

소설가 (3).jpg

그런데 진짜 이유는,

그 모든 대답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이기적이고,

무방비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쓴다.

내가 내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기억이 바람처럼 날아가지 않도록.


소설을 쓴다.

가끔은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그때야말로,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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