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도 달리는 이유
새벽 공기는 아직 차갑다.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운동화를 끌어안고 한참을 망설인다.
몸이 무겁다.
어젯밤 늦게까지 일하고, 겨우 두어 시간 눈을 붙였을 뿐인데
왜 이토록 이불 밖으로 나오는 일이 힘든 걸까.
하지만 나는 결국 신발끈을 잡는다.
움켜쥔 끈 하나를 당기면서 다짐한다.
오늘도 살아보자.
오늘도 포기하지 말자.
나를 일으키는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아무도 모를 기록이나, 남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그저 하나, 아빠라는 이름 때문이다.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날을 떠올린다.
작은 몸, 미약한 숨결, 세상에 겨우 발 디딘 존재.
그 아이를 안고 있던 내 팔은,
떨렸다.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이 누군가의 전부가 되어도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완벽한 아빠가 될 수는 없겠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빠는 될 수 있다는 걸.
아빠가 매일 뛴다는 건,
이기려고 뛰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 빠르려고, 누구보다 대단해지려고 달리는 게 아니다.
그저 매일, 나 자신에게 이기려고 뛰는 것이다.
잠이 부족한 날도 있었다.
몸살이 나는 날도 있었다.
일이 풀리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한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도 나는 달렸다.
3km, 딱 3km.
세상이 어질어질해도, 마음이 무너져도,
나를 붙잡아주는 건 이 3km였다.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스친다.
"아빠, 오늘은 무슨 꿈꿨어?"
"아빠, 나 이거 잘했어!"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그 말들이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걸,
달릴 때마다 더 깊이 느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심장이 쿵쿵 뛰며 '그만하라'라고 외칠 때,
나는 조용히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이렇게 포기하고 싶던 순간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을까?"
"아니, 기억은 못하더라도, 이 순간이 아이들의 마음 어딘가에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버티는 이유는 크지 않다.
아주 작은, 그러나 절대적인 이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달리기? 그런 거 대단한 거 아냐."
"3km?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래, 맞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매일' 속에,
나는 나를 만든다.
어떤 날은 발바닥에 통증이 올라온다.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톡톡 쏘는 아픔.
하지만 그 아픔조차도 위로처럼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것,
움직이고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
뛸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아빠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항상 웃는 사람?
항상 완벽한 사람?
아니다.
나는 그저, 매일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들이 커서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대단한 업적이나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우리 아빠는 힘들어도 늘 다시 일어섰어."
"우리 아빠는 매일 포기하지 않고 달렸어."
그런 기억 하나만 남겨도,
나는 충분하다.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매일 아주 작은 선택을 하는 일이라는 걸.
오늘 아침도 그렇다.
포기할 이유는 수십 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딱 한 가지 이유로 신발끈을 묶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모습'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숨이 차오르고,
근육이 뻐근하고,
심장이 요동치지만,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빠는 오늘도 달리고 있어."
이 말이 언젠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씨앗처럼 남기를 바란다.
지칠 때, 힘들 때, 넘어질 때
그 씨앗이 자라나서,
그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기를.
오늘도 나는 아빠의 이름으로 뛴다.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쌓아간다.
흔들리는 하루를 견디고 싶은 당신,
이 발걸음에 함께 올라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