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영어, 아빠가 시작해줬어요》

2강 부모의 영어 불안, 어떻게 극복할까?

by 라이브러리 파파

나는 영어가 여전히 어렵다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려 책장을 펼쳤던 그날,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건, 기대도 아니고 설렘도 아니었다.

‘두려움’이었다.

책을 펼치고 몇 글자를 읽으려는데
입안이 마르고, 머리가 하얘졌다.

‘이걸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발음이 틀리면 아이가 실망하지 않을까?’
‘영어는 잘하는 엄마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순간,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입 한번 열지 못한 채 점수만 맞았던 중고등학교 영어 수업.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암기만 해야 했던 시간들.
‘나는 영어에 안 맞는 사람인가 봐’ 하고 생각한 어린 날의 내가
문득 지금 내 앞에 선 느낌이었다.


말을 줄이고, 책을 펼쳤다

출처: 교보문고

그날 내가 아이와 함께 고른 책은 《Goodnight Moon》이었다.
어쩌면 ‘영어를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는 복잡한 문법도, 낯선 단어도 없었다.
단순한 문장 하나가 반복될 뿐이었다.


Goodnight room.
Goodnight moon.
Goodnight cow jumping over the moon.


나는 그저 그 문장을 조용히, 천천히 읽었다.
발음이 맞든 틀리든 신경 쓰지 않고,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와 나 사이엔 평화가 흘렀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이도 나도 조용히 책장을 넘겼고,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굿 나이트’이라는 인사만 주고받았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흡수한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는 말했다.
“오늘 이 책, 너무 편안해.”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영어책인데, 말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봐.”

그때 알았다.

영어에 대한 불안은 단어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아이의 불안은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었다.

내가 긴장하면, 아이도 경직된다.
내가 자연스럽게 읽으면, 아이는 안심한다.
결국 ‘어떻게 읽느냐’보다

‘어떤 감정으로 읽느냐’가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말 없는 영어 수업

그날 이후, 《Goodnight Moon》은 우리 집 잠자리 루틴이 되었다.
불을 끄기 전,
책을 펴고
천천히, 부드럽게, 목소리를 낮춰 한 장씩 넘긴다.

“Goodnight stars.”
“Goodnight air.”
“Goodnight noises everywhere.”

어느새 아이는 스르르 눈을 감는다.
나는 책을 덮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영어 한마디 말하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영어를 ‘읽어주었다.’


영어를 ‘잘하려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결심했다.
영어를 잘하려 하지 않기로.
대신, 함께하려 한다.

서툰 발음도 괜찮다.
한 문장만 읽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아이가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통해
‘영어를 함께하는 즐거움’을 기억하는 것이다.


조용한 책, 큰 울림

《Goodnight Moon》은 조용한 책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부모와 아이 사이에 커다란 감정을 남긴다.

읽을수록 영어는 ‘공부’가 아닌
‘함께 자라는 감정’이라는 걸 느낀다.

아빠의 불안도, 아이의 걱정도
이 짧고 부드러운 책장 속에서
천천히 풀어지고 있다.


[다음 화 예고]
3강. “틀려도 괜찮아, 영어보다 웃음이 먼저였다”
– 《From Head to Toe》로 함께 몸으로 익힌 동사들
– 아이의 웃음으로 완성되는 영어책 시간




이전 01화《초등 영어, 아빠가 시작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