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틀려도 괜찮아, 영어보다 웃음이 먼저였다(PDF 학습자료 포함)
그날 저녁, 아이는 책장에서
《From Head to Toe》를 꺼내왔다.
책을 펼치지도 않고 먼저 말했다.
“아빠, 오늘은 그냥 놀자! 책 말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책이기도 하고, 놀이기도 해.”
영어책이라고 하면 아직도 살짝 뒤로 물러서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은 달랐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동물과 동작들.
그리고 마지막에 꼭 물어보는 한 마디.
Can you do it?
첫 장은 펭귄이었다.
I am a penguin and I turn my head.
Can you do it?
나는 아이 앞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펭귄 흉내를 냈다.
아이도 따라 했다.
아니, 더 과하게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펭귄! 고개를 막 돌리는 펭귄!”
다음 장은 기린.
I am a giraffe and I bend my neck.
우리는 목을 구부렸다.
나도 모르게 온몸이 유연해졌다.
아이와 웃으며 따라 하는 동안,
영어 문장은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스며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우리는 몇 번을 더 따라 했다.
책을 보지 않고도, “I am a monkey and I wave my arms!” 하며
팔을 흔들고 뛰고, 웃고 또 웃었다.
발음을 틀리기도 했고, 문장을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고치지 않았다.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웃었다.
그 웃음 속에 영어가 있었고,
그 영어 속에 놀이가 있었고,
그 놀이 속에 아빠와 아이의 연결이 있었다.
아이는 그날 이후 종종 말한다.
“아빠, 오늘은 어떤 동물처럼 해볼까?”
나는 책 없이도 대답한다.
“Today, I am a gorilla!”
그리고 내 가슴을 두드린다.
아이도 따라 한다.
우리는 그저 놀았을 뿐인데,
그 놀이는 영어책에서 시작되었고
영어는 ‘가르침’이 아닌 ‘함께하는 몸짓’이 되었다.
문법을 설명하지 않았고,
단어 뜻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문장을 기억한다.
Can you do it?
이 한 문장이, 아이의 몸 안에서 살아 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문장.
나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언어 학습이라고 생각했다.
내 발음은 여전히 서툴다.
동작도 아이보다 느리고 어색하다.
하지만 아이는 내 흉내를 내며 웃고,
내 실수에 배를 잡고 깔깔댄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영어가 아닌 부모 됨을 배운다.
완벽할 필요 없다.
정확할 필요도 없다.
아빠와 함께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아이에겐 최고의 수업이다.
아래 학습자료 활용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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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발음보다 중요한 것: 자신감과 유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