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브랜드를 입은 자존감

– 로고에 나를 기대던 시절의 이야기

by 라이브러리 파파

한때는

브랜드 로고가 나를 대신 설명해 주길 바랐다.

티셔츠 왼쪽 가슴팍에,

운동화 옆면에,

가방 정중앙에.

누가 봐도 “아, 저건 비싼 거네” 싶을 법한 그 로고들.

그게 나였다.

아니, 그게 ‘되어야’ 나 같다고 느꼈다.


처음엔 그냥 멋있어 보여서 입었다.

근데 그게 반복되니까,

없으면 불안했다.

없는 날은 괜히 주눅이 들고,

사람 만나는 게 꺼려졌다.


브랜드를 입지 않으면

‘내가 좀 부족해 보이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따라다녔다.

아무도 관심 없는데,

혼자서 머릿속에 전광판을 세워 놓은 것처럼

자꾸만 외모와 이름값을 계산했다.


특히 중요한 날에는 꼭

로고가 큰 옷을 입었다.

뭔가 나를 한 단계 ‘끌어올려’ 주는 느낌.

근데 알고 보면 그건 ‘위로’가 아니라

‘위장’이었다.

자존감은 꽤 비싸게 팔렸다.

때로는 월급의 20%를 옷 한 벌에 쓰기도 했다.

카드값 보고 한숨 쉬면서도,

그 옷 입고 나간 사진을 보면

‘그래, 그만한 값어치는 했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사람들은 내가 뭐 입었는지

생각보다 기억 못 한다.

더 솔직히 말하면,

거의 기억 못 한다.


그리고 진짜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브랜드가 아니라

말투, 태도, 눈빛에서

자기만의 색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걸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옷장을 열면

로고보다는 재질을 먼저 본다.

얼마짜리보다는, 얼마나 편한지를 본다.

‘괜찮아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나와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


그게 나를 위한 소비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한때는 내 옷장에

브랜드가 10개쯤 줄을 섰고

지금은 3~4벌만 자주 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3~4벌을 입은 내가

예전보다 더 자신 있어 보인다.

왜냐면,

이제는 그 옷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딸아이가 내 티셔츠를 보더니 물었다.

“아빠, 이거 무슨 브랜드야?”

나는 그냥 웃었다.

“아빠 브랜드야.”


그게 허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맥주 한 잔 따르며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누가 뭐라든,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냥 나답게 살고 싶은 거다.


로고가 없다고 내가 아닌 게 아니다.

더 이상 브랜드로 나를 입히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내 이름의 브랜드니까.


그래도 가끔은 흔들린다.

모처럼 외출하는 날,

쇼윈도 안에 반짝이는 신상이 나를 부른다.

"너, 요즘 좀 많이 무난해진 거 아니야?"

내 안의 목소리가 말한다.


그럴 때면 맥주 한 캔을 사서 집에 온다.

거품이 차오르는 걸 멍하니 보다 보면

생각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예전에는

“지금 안 사면 품절된다”는 말에 휘둘렸고,

“남들이 다 산다”는 광고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말을 듣고도 한 박자 쉬어간다.

“정말 나한테 필요한가?”

“이걸로 나를 좋아하게 될까?”

“아니, 나는 이미 나를 좋아하나?”

이 세상에는

비싸고 멋진 옷이 정말 많다.

그리고 그것들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옷보다

내 마음을 덜 불안하게 해주는 옷을 찾는다.


그게 비싸지 않아도 괜찮다.

그 옷을 입은 내가

덜 눈치 보고,

덜 비교하고,

덜 흔들리면 그걸로 충분하다.


“왜 요즘은 예전처럼 안 꾸미냐”는 말을

농담처럼 듣기도 했다.


그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나보다 비싼 옷은 안 입으려고.”


그 말을 나 스스로도

진짜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나는 조금 달라졌다.


지금의 나는,

로고보다 말을 아끼고,

가격보다 마음을 챙긴다.


그게 더 비싼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오늘의 맥주 한 잔 문장

“내가 입은 옷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다음 편 예고]

돈을 벌면 마음도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카드값이 밀리지 않게 되고,

통장에 숫자가 조금씩 쌓이면

행복도 따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은 늘었는데 마음은 더 조급해져 있었다.

더 벌어야 할 것 같고,

더 가진 사람을 자꾸 쳐다보게 됐다.

쌓인 돈만큼, 불안도 함께 늘어났다.


다음 편에서는

‘돈이 많아질수록 왜 마음은 더 가난해졌을까’

그 물음에 대해

내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3편. 돈을 벌수록 가난해지는 마음〉

당신도 같은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면,

한 잔의 맥주와 함께 천천히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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