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돈을 벌수록 가난해지는 마음

– 통장 잔고와 마음 잔고는 다르더라

by 라이브러리 파파

돈을 벌면 달라질 줄 알았다.
불안도 줄고, 여유도 생기고,
나 자신도 좀 더 당당해질 줄 알았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됐다.
통장에 0이 하나 늘어나고,
카드값이 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사도
다음 달 생활비가 남아 있을 때.

확실히,
돈은 삶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상했다.
편해졌는데, 마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잔고는 늘었는데,
내 마음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는 괜찮아졌잖아.”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도
다음 달 수입 걱정이 먼저 들었다.

무언가를 이루면 만족이 올 줄 알았는데
되레 더 불안해졌다.
돈을 벌수록, 나는 더 욕심을 냈고
욕심을 낼수록, 나는 더 불안해졌다.


사람 마음은 이상하다.
돈이 없으면 돈 걱정을 하고,
돈이 생기면 돈을 잃을까 걱정한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돈이 많은 삶’이 아니라
‘돈 생각 안 해도 되는 삶’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돈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자주 통장을 들여다봤고,
더 많은 걸 비교하게 됐고,
더 자주 숫자에 기분이 휘둘렸다.

처음에는
“100만 원만 더 벌면…”이었고,

그다음엔
“연봉이 1천만 원만 더 오르면…”
“자산이 5억 넘으면…”
“아파트 하나 생기면…”


그런데 웃기게도,
그게 이루어져도
‘딱 거기까지만’이라는 건 없었다.

욕심은 숫자를 이기지 못했다.

사람들이 묻는다.
“그 정도 벌면 여유 있지 않아요?”

그럴 때 나는 애매하게 웃는다.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이지만,
속은 늘 계산기다.


내가 쓰는 돈이 아니라,
남들이 쓰는 돈을 더 의식하게 됐다.
SNS에 올라오는 남의 소비가
자꾸 내 소비를 흔들었다.


“저 사람은 저걸 샀는데
나는 아직 이걸 고민하고 있네…”

그 순간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라지고
‘갖지 못한 나’만 자꾸 또렷해졌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가난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치킨 한 마리가 부담스러웠던 시절,
여행 대신 공원 벤치에 앉아
싸 온 도시락을 먹던 시절.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못 살았지만,
마음은 지금보다 덜 조급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 말이 진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모아야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의 잔고를 다시 쌓고 싶다.
적금 통장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괜찮음’을 저축하고 싶다.

하루쯤은 돈 걱정 없이
쓸데없는 소비도 좀 해보고,
한 끼를 행복하게 먹고,
누구 눈치 안 보고
맥주 한 잔 따르며 쉴 수 있는 마음.

그런 게 진짜 부자 아닐까.

부동산 가격, 연봉, 투자 수익률 같은 숫자 말고

“당신 요즘 어때요?”라는 질문에
“편해요, 그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내 목표다.

돈을 벌기 위해 나를 소진하지 않고,
돈을 모으기 위해 관계를 줄이지 않고,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맥주 한 캔을 딴다.
얼음잔은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약간 미지근한 맥주도 괜찮다.

왜냐하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안엔 충분한 위로가 있으니까.

조금 적게 벌더라도
조금 더 나답게 살고 싶다.

조금 덜 가져도
조금 더 편하게 숨 쉬고 싶다.

그게 마음이 가득 찬 삶이고,
나는 지금,
그 삶으로 천천히 옮겨가는 중이다.


오늘의 맥주 한 잔 문장
“돈이 많아야 부자인 게 아니라,
마음이 덜 흔들릴수록 부자다.”


[다음 편 예고]

월급날은 언제부터 기쁜 날이 아니게 되었을까.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순간보다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느껴질 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맞는지 자꾸 의심했다.

한 달 동안 일해서 번 돈인데
한 번 웃을 시간도 없었고,
한 끼 제대로 먹을 여유도 없었다.

다음 편에서는
‘월급날조차 허전해지는 이유’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꺼내보려 한다.


《인생, 맥주처럼 사랑하라》
4편. 월급날의 공허함 –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번에도, 여러분의 맥주와 함께

솔직하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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