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부부생활에도 책이 필요하다
3장. 부부생활에도 책이 필요하다
• 대화의 온도는 책에서 시작된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사는 동안 수많은 오해와 충돌이 생겼다. 일과 육아에 지치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던 날들.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아내는 점점 눈빛이 식어갔다. 처음엔 사소한 다툼이었다.
"왜 늘 나만 힘든 거 같아?" "나도 힘든데, 왜 네 마음만 생각해?"
피곤하고 지친 하루 끝에, 서로를 보듬기보다는 서로 탓하기에 바빴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가 폭발하고, 서로 등을 돌린 채 밤을 보내는 일이 늘어났다.
어떤 날은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가 높아졌고, 아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몰랐다.
내 마음속에도 서운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나는 억울했고, 아내도 외로웠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지나쳤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인사 한 마디 나누지 않고,
바쁜 일상에 밀려 감정은 더욱 깊숙이 묻혔다. 말을 아끼는 것이 차라리 덜 싸우는 길인 것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멀어졌다.
어떤 날, 주말 아침이었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대화가, 너무 차가운 것 같아."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이 박혔다.
'차가운 대화.'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해 책을 읽는다면,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다투고 울었던 시간들이, 책 한 권의 작은 문장처럼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부부 생활에도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로 집어든 책은 『대화의 온도』였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말은 마음을 데우기도 하고, 식히기도 한다.
차가운 말은 얼음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굳게 만들고,
따뜻한 말은 녹지 않을 것 같은 얼음도 천천히 녹인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사랑을 전하는 언어를 몰랐다.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해결책을 주려 했고, 아내는 공감을 원했다.
서운하다고 말하면, 나는 방어하려 했고, 아내는 이해를 원했다.
사소한 대화 하나에도 온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온도는,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마음의 온도와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내 말은 과연 따뜻했을까?"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아내에게 말을 건넬 때,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말자.
일단, 마음을 열고 들어주자. 그래서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아내가 지친 얼굴로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어." 라고 말하면,
나는 서툴게나마 말했다. "그랬구나. 오늘 정말 고생했겠다."
아내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표정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아내가 별거 아닌 얘기를 털어놓았다. "마트 갔는데, 무거운 짐 들고 오는 길에 비 맞았어." 전 같았으면 "택시 타지 그랬어?" "비 오는 날 왜 그렇게 고생했어?"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냥,
조용히 아내의 손을 닦아주며 말했다. "고생했네. 젖어서 추웠겠다."
아내는 그 말에 살짝 웃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지만,
나는 느꼈다. "이렇게 한 마디가,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구나."
대화의 온도는 책에서 시작되었고, 조금씩 우리의 일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서로의 표정이 따뜻해졌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더 이상 서로를 겨누는 화살이 아니라,
조용히 손을 내미는 다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랑은 거창한 행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피곤한 하루 끝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서운한 마음이 올라올 때,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 조용히 곁에 앉아 손을 맞잡아주는 것. 그런 작고 사소한 노력들이
서로를 조금씩 다시 데워주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툴다. 가끔은 또 다투고,
또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차가워진 마음을 녹이는 데 필요한 것은, 책 속 문장 하나를 기억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작은 노력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말의 온도를 잊지 말자. 사랑하려고 시작한 관계니까."
• 아내와의 다름을 이해한 순간
결혼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섬세하고 감정에 민감했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어떤 날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았다.
반면 나는 무뚝뚝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감정보다 상황을 바라봤고,
'어떻게'를 고민하기보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싶어 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서운함이 쌓였다. 아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 나는 감정을 들어주는 대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그건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내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도였지만, 아내에겐 외면당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몰랐다.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믿었던 나의 태도가, 아내의 마음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는 세상, 그 사람이 느끼는 온도를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렇게 배워갔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먼저 표정을 부드럽게 여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아내는 내 말뿐 아니라, 내 표정까지 살핀다는 사실을.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가끔은 표정이 너무 딱딱해.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 말은 괜찮다 해도, 얼굴은 안 듣고 싶은 사람 같아 보여."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몰랐다. 내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내는 이미 상처받고 있었던 것을. 나는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몸짓과 표정으로는 아내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책을 읽으며 배운 것을 떠올렸다.
"공감은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함께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했다. 아내가 이야기를 꺼낼 때면, 말뿐 아니라 표정도 부드럽게,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눈을 맞추려고 했다.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아내는 조금씩 변화를 알아차렸다. "요즘은 네 표정이 따뜻해졌어."
아내가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조용히 웃었다. 내가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작은 증거를, 아내가 먼저 알아봐 준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특히,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여전히 불편해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이 어색하고 서툴렀다. 그래서 무심코 이런 말들을 던졌다. "그 정도는 다 힘들지." "나도 피곤해."
"그렇게 예민하게 굴 필요 있어?" 그 말들이 아내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는지,
나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아내는 점점 감정을 표현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우리 사이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착각했다.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조용한 만큼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름을 읽다』(김혜남)를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그 감정을 제대로 마주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반응한다.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말고,
다르다는 사실을 사랑하라."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마치 얼어붙은 마음 한 켠이 녹아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아내와 나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감정보다 논리를 우선했고,
아내는 논리보다 감정을 먼저 느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만들어진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함께 살아가려 했던 것, 그게 문제였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서로를 고치려는 노력을 멈출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아내를 바꾸려 들지 않았다. 대신, 내가 대화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 물론,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아내가 힘든 하루를 털어놓을 때, 나는 여전히 '답'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책에서 배운 문장을 떠올렸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이해다." 특히 우리 둘 다 삶이 버거웠던 시기에, 이 작은 연습은 더욱 어려웠다. 아내는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프리랜서였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잠잘 시간조차 제대로 없었다. 늘 피곤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아내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텼다. 나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대학원 수업과 논문 준비, 풀타임 직장 일, 자기계발 공부, 그리고 육아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나는 아내가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같이 힘든데 왜 이러지?'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힘들어." "그 정도는 참아야지." 하는 말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답을 줄 때가 아니야.
그저 들어줄 때야." 그래서 어색하고 서툴지만, 짧은 말을 꺼냈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짧은 공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걸 나는 아주 천천히 배우고 있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아직도 나는 조급해질 때가 있고,
가끔은 무심코 해결책을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내가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면, '어떻게 해결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었다. 마음속에서는 '잘 해주고 싶다'는 의도였지만, 돌아보면 그 마음조차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편해지기 위한 조급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감정을 꺼낼 때, 나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아내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말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대답할 문장을 조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종종 "넌 내 말을 듣는 게 아니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뭔가 뾰족한 것에 가슴을 찔린 것처럼 아팠다. 나는 듣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이해다." 책에서 읽었던 이 문장은
그때마다 내 마음을 천천히 붙잡아주었다. 진짜 듣는다는 것은
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걸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이해하려는 마음은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말할 내용을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도 나는 자주 넘어지고 실수한다. 아내가 힘든 하루를 털어놓을 때,
무심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특히 내 하루가 버겁고,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는 조금 더 참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는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다짐한다. "지금은 답을 줄 때가 아니야.
그저 함께 있어줄 때야." 짧은 공감 한마디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내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답답함과 서운함으로 가득 찼던 대화가, 조금은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말수가 줄어들고, 대신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때로는 아내가 이야기하다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요즘은 네가 내 얘기를 정말 들어주는 것 같아." 그 한마디에, 나는 말없이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조금씩, 우리는 다시 가까워지고 있구나."
다름은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노력이 우리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가끔은 아이를 재우고 나서 거실에 조용히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 예전 같으면 이 짧은 침묵조차 어색하고 불편했겠지만, 이제는 그 고요함 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서툴더라도 괜찮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다시 듣고, 다시 사랑하려고 애쓰는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다. 피곤하고 바쁜 하루 끝에,
나도 모르게 다시 해결책을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루는, 아내가 피곤한 얼굴로
"오늘 정말 힘들었어."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그래서 어떻게 정리할 건데?"
라는 말을 꺼낼 뻔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짐했다.
"다시, 천천히. 지금은 듣는 시간이다. 사랑하려고, 이해하려고 시작한 관계니까."
그리고 그 다짐 하나가, 우리를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아내는 위로를 바랐고, 나는 해결을 내밀었다.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 입히는 순간은, 이렇게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다. 느끼는 속도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도 다르다. 서로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끝없이 새롭게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들으려고 애쓰는 마음, 사랑하려고 시작했던 그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주말 어느 하루,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사랑하게 된 거야?"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천천히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엄마는 20대 초반,
혼자 유학을 준비하며 호주에 갔다고 말했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버텨야 했던 시간들. 외롭고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그 시간들이 엄마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그리고 어느 주일, 엄마는 작은 교회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아빠도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고, 주일 아침마다 작은 예배당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었다.
언어보다 눈빛으로, 말보다 작은 배려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갔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서로를 향해 자랐다.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는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쁘게 지나온 세월 속에서 가끔 잊고 살았던
사랑의 시작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서로를 고치려 하지도, 비교하지도 않았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아빠, 지금도 엄마 사랑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지금은 그때보다 더 사랑해."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운 후, 나는 아내와 함께 조용히 앉아 오래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일상, 작고 소소해 보이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그때 우리가 꿈꿨던 바로 그 삶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다. 서툴더라도, 다투더라도,
다시 들으려고 애쓰고, 다시 사랑하려고 애쓰는 마음.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결국 사랑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어색하고 서툴게,
"그랬구나." , "많이 힘들었겠다." 라는 짧은 말을 꺼낸다.
처음에는 내 입에서도 어색하고, 아내의 표정도 낯설어 보였다.
짧은 공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꿔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내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눈빛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답답함과 서운함으로 가득 찼던 대화가, 조금은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말수가 줄어들고, 대신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루는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은 네가 내 얘기를 진짜 들어주는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따뜻하게 올라오는 걸 느꼈다.
우리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로를 오해했던 시간들, 말보다 상처가 앞섰던 순간들을 조용히 넘어서는 중이었다.
다름은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다. 아내는 작은 일에도 깊이 느끼고,
나는 여전히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정리하려 든다.
하지만 그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노력이
우리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가끔은 다리 한가운데서 멈춰 서기도 하고,
가끔은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서툴더라도 괜찮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다시 듣고, 다시 사랑하려고 애쓰는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사랑이란 매일 조금씩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려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를 다시 이어주고 있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다.
피곤하고 바쁜 하루 끝에, 나도 모르게 다시 해결책을 말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논문과 업무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 날이면,
아내의 하소연조차 '또 하나의 문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다시, 천천히. 지금은 듣는 시간이다. 사랑하려고, 이해하려고 시작한 관계니까."
그리고 그 다짐 하나가, 우리를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큰 변화는 없다. 우리가 갑자기 모든 걸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는 동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고, 때로는 그냥 조용히 웃는다.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작은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 책이 연결해준 부부의 거리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로의 감정을 듣고, 다름을 인정한다고 해서
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매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우리를 조금씩 다시 연결해주었다.
가끔은 책 속 한 문장을 두고 함께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너랑 나랑 참 다르지?"
"나는 이걸 이렇게 느꼈어."
책은 신기하게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조심스럽게 내게 책을 하나 보여주었다.
"여보, 이 책 같이 읽어볼래?"
책 제목은 『한 번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였다.
표지는 단정하고 조용했지만,
어쩐지 그 제목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어디서 봤어?"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친구가 추천해줬어.
요즘 우리 둘 다 좀 지쳐 있잖아.
이 책 읽으면 뭔가 마음이 좀 따뜻해질 것 같대."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나는 약간 망설였다.
"또 이런 책인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지쳐 있는 내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의 표정을 보니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면, 아내도 나처럼 마음이 지쳐 있었던 걸까.
조금이라도 뭔가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던 걸까.
"그래, 읽어보자." 나는 대답했다.
아내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한 권 주문했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속 한편에서는 묘한 기대감이 피어났다.
책이 도착한 날, 아내는 나보다 먼저 책을 펼쳤다.
소파 한쪽에 앉아 조용히 읽던 아내가,
어느 순간 책장을 덮고 말했다. "여보, 이 책 꼭 읽어봐."
나는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눕히며 물었다. "왜?"
아내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말들이 들어 있어.
지금처럼 하루하루 버티는 것 말고,
진짜 소중한 걸 생각하게 해주는 말들이."
아내의 말에, 나는 책을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첫 장을 넘겼다.
『한 번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박찬위)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깊은 책이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살아간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내 가슴속 어딘가를 툭 하고 건드렸다. 책을 읽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도,
결국은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이 책 읽고 좀 생각했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사랑하고 싶어.
지금 이 순간을, 너를, 우리 가족을."
아내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부부로 살아가는 것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하지만 매일 배우고,
매일 더 깊이 사랑하려고 애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언젠가,
이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가 걸어온 인생이 되었을 때,
"그래도 우리는 사랑하려고 애썼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주었다.
• 추천도서: 부부관계, 공감에 관한 책들
부부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서로를 배우고 이해해가는 긴 여정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는 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서로를 조금 덜 다치게 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여기, 부부생활과 공감에 관한 책들을 소개한다.
이 책들은 우리 부부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어쩌면 당신에게도 조용한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말 그릇』 (김윤나)
"말은 담는 그릇이 크고 단단할수록 관계의 온도가 달라진다."
부부 사이에는 늘 말이 오간다.
하지만 때때로, 같은 말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깊이 다치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기,
• 해결책보다 공감을 먼저 건네기,
• 비난이나 충고 대신 따뜻한 언어를 선택하기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말을 바꾸면 관계가 바뀐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 작은 말버릇 하나를 고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다름을 읽다』 (김혜남)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말고, 다르다는 사실을 사랑하라."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자라온 환경, 사고방식, 감정 표현 방법은 다르다.
이 책은 '왜 너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서운함 대신,
**"당연히 우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서로를 바꾸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나는 네 편이야』 (최성애, 조벽)
"먼저 '네 편'이 되어줄 때, 갈등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 책은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원칙을 알려준다.
갈등 상황에서는 '논리'나 '이성'보다
먼저 감정적 편이 되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 "내가 네 편이야."
• "나는 네 감정을 존중해."
이 짧은 말들이 만들어내는 신뢰는
어떤 긴 설명이나 조언보다 강하다.
특히 힘든 시기에 상대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옳은 조언이 아니라, 옆에 있어주는 따뜻한 지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한 번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박찬위)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부부 관계를 넘어,
삶 전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 지금 이 순간을 깊이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려는 마음이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것.
그것이 결국 좋은 부부, 좋은 가족, 좋은 인생을 만들어준다.
책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부부란, 서로를 끝없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이란,
지치고 다투더라도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이라는 것.
완벽한 관계는 없다.
때로는 오해하고, 다투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 모든 날들을 지나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 책들은 내게 그 길을 보여주었다.
•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일,
• 나와 다른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
• 논쟁 대신 편이 되어주는 일,
•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일.
어떤 것도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내 삶을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