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포핸드는 직면이다 – 취업과 나의 정면 승부
포핸드는 테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많이 쓰이는 기술이다.
익숙한 손으로 공을 받아내는 가장 정직한 자세.
하지만 포핸드가 익숙해지기까지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생각이 많을수록 공을 놓쳤고,
힘이 들어갈수록 타점은 틀어졌다.
몸보다 먼저 흔들리는 건 언제나 마음이었다.
“공을 정면에서 받아야 합니다.”
코치의 말은 단순한 기술 지시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삶 전체가 요구하는 태도 같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아서거나,
피하거나, 모른 척하며 살아왔을까.
정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과도 같았다.
취업 준비 시절, 나는 많은 질문을 피하고 있었다.
“왜 이 직장을 원하는가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그 질문들이 두려웠다.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진짜 대답을 들려주는 것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냈을 때
누군가가 그것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공포.
하지만 테니스 코트는 그런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은 정직했다.
피하면 지나갔고, 맞서면 들어왔다.
아무리 핑계를 대도, 결과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직면’이었다.
어느 날, 공이 날아오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두려움을 억누르며, 뒷발을 단단히 디디고, 그대로 포핸드 스윙을 했다.
공은 라켓을 정확히 맞고 상대방 코트 안으로 떨어졌다.
작은 한 점이었지만, 그 점수는 내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도망치지 않았어.”
그 순간, 나는 작은 승리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그건 점수가 아니라, 자세의 승리였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것’을 잘한다고 착각한다.
오른손잡이가 포핸드를 편하게 여기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익숙한 것일수록 더 많은 왜곡이 섞여 있다는 걸.
나는 늘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말속엔 방어와 포장이 많았다.
포핸드를 배운 건
익숙한 자신감을 버리고 ‘정확한 직면’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면접장에서 나는 자주 눈을 피했다.
면접관의 눈빛, 어딘지 낯선 분위기, 정제된 질문들.
그 모든 것이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포핸드를 연습한 후, 나는 달라졌다.
시선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질문을 끝까지 듣고, 대답을 끊지 않고 마무리했다.
설사 뭔가 틀리더라도, 그건 나의 리듬이었다.
내가 입사하게 된 첫 회사 면접 때, 마지막 질문이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그때 나는 작게 숨을 들이쉬고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포핸드를 배우며 버티고, 넘어지고, 다시 선 일상의 모든 장면이
그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나왔다.
면접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코트 위에서 공은 계속 날아온다.
인생에서도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이제는 그 질문들 앞에 서는 일이 예전보다 덜 무섭다.
포핸드를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완벽한 스윙을 하지 못한다.
공이 너무 빠르면 라켓이 밀리고,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스윙을 방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피하지 않는다.
그게 포핸드가 내게 가르쳐준 삶의 태도였다.
직면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보다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솔직해지는 것이다.
포핸드를 하며 나는 나를 직면하는 법을 배웠고,
그 힘은 경기장을 넘어 인생의 무대에서도
조금씩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다음 이야기
공이 왼쪽으로 휘었을 때, 나는 포핸드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방향, 낯선 자세.
왼손처럼 어색한 기술이 필요해진 순간,
나는 처음으로 백핸드를 배웠다.
다음 편에서는 테니스 백핸드를 익히며 겪은 실직과 회복의 시간,
그리고 인생의 낯선 방향을 견디는 방법을 나누려 한다.